[현장] 영화 <목화솜 피는 날> 언론 시사회"우리가 앞서서 슬퍼하지 않으려 했고, 그 슬픔을 점유하지 않으려 했다." (신경수 감독)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곧 개봉하는 영화 <목화솜 피는 날>에 임하는 이들의 각오였다. 13일 서울 용산 CGV에서 언론에 선 공개된 가운데 신경수 감독을 비롯해 배우 박원상, 우미화, 조희봉이 간담회에 참석했다.
<목화솜 피는 날>은 참사로 딸을 잃은 병호(박원상)와 수현(우미화)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슬픔에 대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뿌리 깊은 나무> <육룡이 나르샤> 등 유명 드라마 연출로 이름을 알린 신경수 감독의 첫 영화 연출작이기도 하다.
참사 당일의 기억들
▲ 신경수 감독이 13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점에서 열린 영화 '목화솜 피는 날'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경수 감독은 참사 당시 드라마 촬영 중이었던 사실을 언급하며 "16부작 중 13부를 마치고 음악 작업 때문에 방송국으로 가던 중 소식을 접했다. 당시엔 뉴스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던 게 마음에 아프게 남아있었다"며 "언젠가 세월호 이야기를 드라마로 해야겠다 생각했었는데 2년 전 (제작사인) 연분홍치마에서 제안이 왔다. 선체 내부를 촬영할 수 있다는 말에 꼭 참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참사 이후 유가족들과도 부딪히며 치열하게 사건의 진실을 쫓다가 기억 일부를 잃게 되는 병호역의 박원상은 "마치 학번처럼 군번처럼 그날이 각인 돼 있다"고 운을 뗐다. 박원상은 "참여 제안이 왔고, 그 인연을 밀어낼 이유가 없었다"며 "한편으론 고맙기도 하면서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도 들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영화 말미 병호는 실제 세월호 선체 내부에서 학생들에게 참사와 당시 상황을 안내하기도 한다. 박원상은 "동수 아버님(참사 유가족 정성욱씨)의 설명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들으려 했다"며 "단체가 오실 때마다 설명해주시던 동수 아버님의 모습을 흉내낸 장면이었다"고 남다른 일화를 전했다.
연극 연습 중에 참사 소식을 접했다던 우미화는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에 참여에 망설임이 없었다. 오히려 어려웠던 건 배우로서 작품에 어떻게 접근하는지였다"며 "지난 10년을 다 담아낼 순 없겠지만, 그간 유가족분들과 시민들의 마음이 녹아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우미화는 "촬영 때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선 많이 울었다. 병호는 기억하려 애쓰다가 기억을 잃는 인물이고 수현은 애써 외면하다가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이라 설명하면서 "유가족분들의 감정과 고통을 제가 얼마나 담아낼 수 있을지 고민하며 임했다"고 덧붙였다.
팽목항 주민이자 어부 역의 조희봉은 "참사가 일어났을 때 헬스클럽에서 뛰고 있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 그저 세상이 출렁이는 대로 살아왔던 것 같다"며 "제대로 애도하지 못했던 응어리가 있는데 이번에 애도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다. 자연인 조희봉으로 상당한 부채 의식이 있었다"고 반성 어린 소회를 밝혔다.
"세월호 진실 규명위 한 마중물되길"
▲ 신경수 감독, 배우 우미화, 박원상, 조희봉이 13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점에서 열린 영화 '목화솜 피는 날'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목화솜 피는 날>엔 세월호 참사 유가족으로 구성된 극단 노란리본 소속 배우를 비롯, 실제 활동가들도 대거 참여한 작품이기도 하다. 신경수 감독은 "부끄럽게도 노란 리본이란 극단의 존재를 몰랐다. 이 영화의 여백이 있다면 그 부분을 채워주실 분들은 바로 노란 리본 어머님들이라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그간 <생일>, <너와 나> 등 참사 관련 극영화가 등장해 온 것에 신 감독은 "그 시기마다 필요한 영화였다는 생각"이라며 "이번 영화를 하면서 앞서서 우리가 슬퍼하거나 그 슬품을 점유하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박원상은 "이 작품이 마중물이 되어 이후 참사를 바라보는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오길 기대한다"며 "안산 (10주기 참사) 기억식에도 참석했는데 행사장 밖에선 반대 목소리가 크게 나오고 있었다. 그분들을 억지로 끌고 온다는 생각보단 그 마음을 살살 녹여드릴 수만 있어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나름의 소신을 밝혔다.
영화 <목화솜 피는 날>은 오는 22일 개봉한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곧 개봉하는 영화 <목화솜 피는 날>에 임하는 이들의 각오였다. 13일 서울 용산 CGV에서 언론에 선 공개된 가운데 신경수 감독을 비롯해 배우 박원상, 우미화, 조희봉이 간담회에 참석했다.
<목화솜 피는 날>은 참사로 딸을 잃은 병호(박원상)와 수현(우미화)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슬픔에 대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뿌리 깊은 나무> <육룡이 나르샤> 등 유명 드라마 연출로 이름을 알린 신경수 감독의 첫 영화 연출작이기도 하다.
참사 당일의 기억들
▲ 신경수 감독이 13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점에서 열린 영화 '목화솜 피는 날'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경수 감독은 참사 당시 드라마 촬영 중이었던 사실을 언급하며 "16부작 중 13부를 마치고 음악 작업 때문에 방송국으로 가던 중 소식을 접했다. 당시엔 뉴스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던 게 마음에 아프게 남아있었다"며 "언젠가 세월호 이야기를 드라마로 해야겠다 생각했었는데 2년 전 (제작사인) 연분홍치마에서 제안이 왔다. 선체 내부를 촬영할 수 있다는 말에 꼭 참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참사 이후 유가족들과도 부딪히며 치열하게 사건의 진실을 쫓다가 기억 일부를 잃게 되는 병호역의 박원상은 "마치 학번처럼 군번처럼 그날이 각인 돼 있다"고 운을 뗐다. 박원상은 "참여 제안이 왔고, 그 인연을 밀어낼 이유가 없었다"며 "한편으론 고맙기도 하면서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도 들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영화 말미 병호는 실제 세월호 선체 내부에서 학생들에게 참사와 당시 상황을 안내하기도 한다. 박원상은 "동수 아버님(참사 유가족 정성욱씨)의 설명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들으려 했다"며 "단체가 오실 때마다 설명해주시던 동수 아버님의 모습을 흉내낸 장면이었다"고 남다른 일화를 전했다.
연극 연습 중에 참사 소식을 접했다던 우미화는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에 참여에 망설임이 없었다. 오히려 어려웠던 건 배우로서 작품에 어떻게 접근하는지였다"며 "지난 10년을 다 담아낼 순 없겠지만, 그간 유가족분들과 시민들의 마음이 녹아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우미화는 "촬영 때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선 많이 울었다. 병호는 기억하려 애쓰다가 기억을 잃는 인물이고 수현은 애써 외면하다가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이라 설명하면서 "유가족분들의 감정과 고통을 제가 얼마나 담아낼 수 있을지 고민하며 임했다"고 덧붙였다.
팽목항 주민이자 어부 역의 조희봉은 "참사가 일어났을 때 헬스클럽에서 뛰고 있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 그저 세상이 출렁이는 대로 살아왔던 것 같다"며 "제대로 애도하지 못했던 응어리가 있는데 이번에 애도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다. 자연인 조희봉으로 상당한 부채 의식이 있었다"고 반성 어린 소회를 밝혔다.
"세월호 진실 규명위 한 마중물되길"
▲ 신경수 감독, 배우 우미화, 박원상, 조희봉이 13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점에서 열린 영화 '목화솜 피는 날'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목화솜 피는 날>엔 세월호 참사 유가족으로 구성된 극단 노란리본 소속 배우를 비롯, 실제 활동가들도 대거 참여한 작품이기도 하다. 신경수 감독은 "부끄럽게도 노란 리본이란 극단의 존재를 몰랐다. 이 영화의 여백이 있다면 그 부분을 채워주실 분들은 바로 노란 리본 어머님들이라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그간 <생일>, <너와 나> 등 참사 관련 극영화가 등장해 온 것에 신 감독은 "그 시기마다 필요한 영화였다는 생각"이라며 "이번 영화를 하면서 앞서서 우리가 슬퍼하거나 그 슬품을 점유하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박원상은 "이 작품이 마중물이 되어 이후 참사를 바라보는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오길 기대한다"며 "안산 (10주기 참사) 기억식에도 참석했는데 행사장 밖에선 반대 목소리가 크게 나오고 있었다. 그분들을 억지로 끌고 온다는 생각보단 그 마음을 살살 녹여드릴 수만 있어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나름의 소신을 밝혔다.
영화 <목화솜 피는 날>은 오는 22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