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가족 군상극의 뚜렷한 알레고리, <보통의 가족>

[리뷰] 가족 군상극의 뚜렷한 알레고리, <보통의 가족>



<보통의 가족>은 정말 ‘보통’의 가족일까? 우선 경제적 계층으로 볼 때 그렇지 않다. 잘나가는 변호사 재완(설경구)은 마천루 사무실에 꽃을 배달하러 온 플로리스트 지수(수현)와 재혼해 막 늦둥이를 낳았고, 소아과 의사 재규(장동건)는 프리랜서 번역가 연경(김희애)과 의료 봉사 중 만나 연애 결혼에 골인한 듯 보인다. 치매 앓는 시어머니를 연경이 돌본다는 것, 갑자기 생긴 젊은 ‘형님’ 지수와 연상의 동서 ‘연경’ 사이에 모종의 신경전이 벌어진다는 것 외에는 너무도 윤택하고 안정된 중상류층의 삶이다. 그러나 별다른 걱정거리가 없어 보이는 이들 가족에게도 보통의 문제가 발생한다. 부모 된 입장과 자식 된 입장.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자녀의 위신을 지킨다는 문제다.

그렇게 고급 레스토랑에 네 남녀가 마주 앉는다. 10대인 재완의 딸 그리고 재규와 연경의 아들이 노숙자를 발길질로 무자비하게 폭행해 살인한 현장이 CCTV에 찍혔고 경찰이 수사에 돌입한 상황이다. 부모라면 알아볼 수 있는 옷차림과 실루엣 외에 증거는 없다. 자수냐 도피냐. 선택의 시한은 닥쳐오고 부모들은 극심한 고민에 빠진다. 세속적인 재완은 딸의 미래와 더불어 자신의 커리어를 염려하고, 의사로서 도덕적 신념을 중시해온 재규는 자수하게 하려 하지만 연경은 극구 반대한다. 개인의 윤리와 부모의 윤리, 그리고 직업윤리가 충돌하면서 네 남녀의 집과 식탁에 침묵과 흐느낌, 때로 고성과 울분이 오간다. 영화가 전면에서 해부하지는 않지만 과열된 입시 경쟁과 부의 양극화 등 사회적 배경과 긴밀히 동행하면서 기득권층 가족의 서사로서 여러 딜레마를 재현한다.

가해자의 부모와 피해자의 부모가 한집에서 충돌하는 연극 원작의 영화 <대학살의 신>이 떠오를 법한 영화다. 다만 도드라지는 이미지와 달리 <보통의 가족>은 실내극의 양식과 거리가 멀고 식탁 위에서 대화로만 전개되는 구조는 더더욱 아니다. 식탁에서의 조우가 영화의 전반과 후반에서 중요한 서사적 분기점으로 작용할 뿐이다. 영화가 극적 갈등의 장치로 삼는 재료는 캐릭터다. 사뭇 대조되는 두 형제의 성격과 가치관, 둘 사이에서도 발생한 경제적 격차, 부부 대 부부의 충돌로만 정의하기 힘든 복잡한 관점 차이 등이다. 연루된 어른들 중 유일하게 생물학적 부모가 아닌 지수의 시선은 작은 물방울처럼 도착해 끝내 큰 파동을 일으킨다.

허진호 감독이 <천문: 하늘에 묻는다> 이후 5년 만에 신작으로 돌아왔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행복> <호우시절>, 드라마 <인간실격> 등 허진호 감독의 전작들과 비교하면 이번 영화는 인물들과 적정 거리를 유지하는 일말의 차가움이 있다. 명장의 스타일을 보여주고 영화를 견인할 만한 숏이 남지 않는다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대신 네덜란드 소설가 헤르만 코흐의 <더 디너>를 한국 현실에 맞게 각색한 드라마의 존재감이 앞선다. 도덕을 고민하던 이가 생존을 위한 선택을, 성공을 좇던 이가 스스로 제동을 걸게 되는 과정이 다소 도식적인 인상을 주지만, 가족 군상극으로서 지닌 뚜렷한 알레고리를 오히려 장점으로 볼 수도 있다. 무엇보다 <보통의 가족>의 엔딩은 대중영화로서 용감한 선택이라고 할 만하다. 관객을 쉽게 안심시키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결말이 주제와 배우의 얼굴을 더욱 오랜 잔상으로 남게 한다.

close-up



무거운 윤리적 딜레마와 사회적 배경 위에 베테랑 배우들이 종종 돌발적인 유머를 얹는다. 캐릭터의 본질을 지키되 종종 한끗 변주를 시도하는 배우들의 해석력, 내공 있는 앙상블이 <보통의 가족>이 지닌 믿음직한 재미다. 특히 스타로서 지닌 아이코닉한 이미지와 중년의 보편적 초상을 절묘하게 결합해낸 설경구와 김희애의 활약은 배우와 캐릭터 사이의 시너지에 대한 모범 답안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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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 감독 프란 크랜즈, 2021

두쌍의 부부가 닫힌 방에서 대화한다. 형식적으로 <보통의 가족>보다 엄격하며 더욱 비극적인 상황을 그리는 이 영화는 고교 총기 난사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피해자의 부모와 사건의 범인이자 사망자인 아들의 부모가 대면하는 힘겨운 과정을 그린다. 비애와 통탄, 죄의식의 난장 속에서 감독이 그리려는 것은 부모의 숙명을 넘어선 인간적 품의, 그리고 공동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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