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위, 이해충돌법 위반 내세워 징계규정 신설 강행... 해당 위원들 반발-영화계도 비판▲ 영화진흥위원회ⓒ 성하훈
영화진흥위원회(아래 영진위)가 공직자의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을 내세워 일부 위원을 징계하려고 시도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관련 법 규정이 미비한 상태에서 자의적인 기준으로 징계 규정을 만드는 것에 대해 징계 대상이 된 당사자들의 반발도 거센 분위기다. 영화계는 보수정권 당시 블랙리스트 때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논란은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국힘의힘 배현진 의원이 일부 영진위원들에 대해 이해충돌법 위반을 지적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배 의원은 "영진위 임원 중 3명이 이해충돌법 위반행위를 해 문체부(문화체육관광부)의 철저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했고,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철저하게 감사하겠다"고 답했다.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있는 영진위원이 영화제 지원 예산 가운데 본인 인건비 2700만 원을 셀프 수령했고, 또 다른 위원은 지난 2년간 자신이 대표인 단체에 9억 원의 예산을 교부했다는 게 배 의원의 지적이었다.
당시 지목된 영진위원들은 억지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영진위원 선임 이전부터 집행위원장으로 인건비를 받아 왔거나, 집행되던 예산을 마치 영진위원 선임 이후 벌어진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도리어 영진위원으로 선임된 이후 정상적으로 공모를 통해 지원받던 예산이나 공모에 지원을 못 하게 됐고, 협력사업마저 별도의 절차를 거치는 상황이 됐는데도 이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이 마치 부도덕한 행동처럼 일방적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관련기사 : "문체부 감사 필요" 배현진 의원 지적에 영화인들 반발 https://omn.kr/266i7).
그러나 문체부는 감사를 통해 지난 6월 이해충돌법과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고, 지난 7월 해당 위원들에게 이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영진위의 내부 감사 과정에서 또 한 명의 영진위원까지 추가해 4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해당 영진위원들은 감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문체부의 지적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들은 ▲심사관리규정과 정관에 따라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신분과 직위들을 모두 신고하고 그에 따라 제척/기피 안내를 충실히 따랐고 ▲문체부의 위원 검증 과정부터 상세히 작성했으며 ▲영진위와 공동 주최하는 영화제로서 이것이 검증될 수 있느냐를 문체부 인사 검증 과정에서 수차례 고지했고 ▲관련 단체의 예산이 유지되거나 삭감되는 과정에서 어떠한 발언도 하지 않았으며 ▲단체와 제 사업에 대해서 단 한 번의 발의도 하지 않았고 ▲영진위원 선임 이후 영진위 변호사와 법률자문 등을 통해서도 문제없으며 이해충돌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아울러 '위원회 위원 임기가 끝나더라도 끝까지 이 부분에 대해서 대응할 의지와 각오가 있다'며 무리한 징계를 강행할 경우 법적 다툼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이해충돌법 문제가 지적된 영진위원들의 공통점은 모두 지난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됐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영화계에서는 사실상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들에 대해 흡집내기를 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시선이 다분하다. 이들은 내년 1월 초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위원들에게 문제가 있는 일도 아니고 징계는 얼토당토 않다"며 "영화인들에 대한 어떤 의도가 있는 흠집내기가 아니라면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가 있으면 문체부에서 면직시켜야지 왜 영진위가 앞장서나"
▲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영진위원들ⓒ 문화체육관광부
문제는 영진위가 무리수라는 지적에도 이들을 자체적으로 징계하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에 따르면 영진위원들은 직무상 독립과 신분보장을 받는다. 또한 '공무원이나 정당의 당원 등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의사에 반해 면직되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있다.
영진위원 징계 규정은 영비법상 면직이 유일하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문체부 감사 결과가 위원들에게 통보된 이후인 지난 7월 김승수 의원을 대표 발의자로 영비법상 위원 면직 사유에 이해충돌법 위반을 추가한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그런데도 영진위는 14일 16차 임시회의를 통해 '이해충돌법 위반 위원 징계기준(안) 심의 의결의 건'을 해당 위원들의 반발 속에 통과시켰다. 의결 과정에서 이해당사자로 제척된 위원 4명 중 3명이 항의의 뜻으로 회의 도중 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영진위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6명과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한 3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해당 안건은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영진위원들이 모두 찬성해 통과된 것으로 전해졌다.
영진위에 따르면 15일 의결된 징계 기준안은 '문체부 특정감사, 영진위 자체 감사 결과에 의거해 이해충돌법을 위반한 위원에 대해 징계기준을 마련한다'는 내용이다.
앞서 영진위는 지난 8월 '9인위원회 운영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통해 징계기준을 마련하려고 했으나 위원들의 반대가 많아 보류한 바 있다.
영진위원은 소정의 회의비 등을 받을 뿐, 위원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비상임이다. 때문에 이들에게 직원과 같은 징계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하는 비판이 나온다
영화계에서는 '사실상 문체부의 지침에 따라 17일 국정감사를 앞두고 영진위가 무리한 행동을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영진위원을 역임한 영화단체의 한 대표자는 "영진위원은 영비법에 규정된 지위고 문체부 장관이 임명하는데, 문제가 있으면 문체부에서 면직시켜야지 왜 영진위가 앞장서냐"며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꼬집었다. 감사를 받은 영진위원들 역시 차라리 문체부가 면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문체부는 영진위에 12월 초까지 결과를 보고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영진위원 감사와 징계 요구 등이 예전 보수정권 때의 블랙리스트와 유사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계는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를 주도하고 있는 영진위 핵심 인사들이 모두 블랙리스트와 직·간접 연관이 있다면서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
한상준 영진위원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블랙리스트 사건을 사실상 옹호하는 형식의 글을 기고했고, 보수진영 안에선 '영화계에서 어렵게 찾은 우리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사무국장 역시 블랙리스트의 직접적인 실행자로 징계 전력이 있다(관련기사 : '박근혜 블랙리스트' 징계 간부, 영진위 사무국장으로 https://omn.kr/299z0).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단체인 '블랙리스트 이후' 정윤희 디렉터는 "영진위원들에 대한 감사와 징계 요구는 명백한 블랙리스트로 본다"며 "행정적 절차를 거쳤다고 하는데 형식적이고 구차한 이야기에 불과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영화진흥위원회(아래 영진위)가 공직자의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을 내세워 일부 위원을 징계하려고 시도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관련 법 규정이 미비한 상태에서 자의적인 기준으로 징계 규정을 만드는 것에 대해 징계 대상이 된 당사자들의 반발도 거센 분위기다. 영화계는 보수정권 당시 블랙리스트 때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논란은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국힘의힘 배현진 의원이 일부 영진위원들에 대해 이해충돌법 위반을 지적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배 의원은 "영진위 임원 중 3명이 이해충돌법 위반행위를 해 문체부(문화체육관광부)의 철저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했고,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철저하게 감사하겠다"고 답했다.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있는 영진위원이 영화제 지원 예산 가운데 본인 인건비 2700만 원을 셀프 수령했고, 또 다른 위원은 지난 2년간 자신이 대표인 단체에 9억 원의 예산을 교부했다는 게 배 의원의 지적이었다.
당시 지목된 영진위원들은 억지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영진위원 선임 이전부터 집행위원장으로 인건비를 받아 왔거나, 집행되던 예산을 마치 영진위원 선임 이후 벌어진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도리어 영진위원으로 선임된 이후 정상적으로 공모를 통해 지원받던 예산이나 공모에 지원을 못 하게 됐고, 협력사업마저 별도의 절차를 거치는 상황이 됐는데도 이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이 마치 부도덕한 행동처럼 일방적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관련기사 : "문체부 감사 필요" 배현진 의원 지적에 영화인들 반발 https://omn.kr/266i7).
그러나 문체부는 감사를 통해 지난 6월 이해충돌법과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고, 지난 7월 해당 위원들에게 이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영진위의 내부 감사 과정에서 또 한 명의 영진위원까지 추가해 4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해당 영진위원들은 감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문체부의 지적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들은 ▲심사관리규정과 정관에 따라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신분과 직위들을 모두 신고하고 그에 따라 제척/기피 안내를 충실히 따랐고 ▲문체부의 위원 검증 과정부터 상세히 작성했으며 ▲영진위와 공동 주최하는 영화제로서 이것이 검증될 수 있느냐를 문체부 인사 검증 과정에서 수차례 고지했고 ▲관련 단체의 예산이 유지되거나 삭감되는 과정에서 어떠한 발언도 하지 않았으며 ▲단체와 제 사업에 대해서 단 한 번의 발의도 하지 않았고 ▲영진위원 선임 이후 영진위 변호사와 법률자문 등을 통해서도 문제없으며 이해충돌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아울러 '위원회 위원 임기가 끝나더라도 끝까지 이 부분에 대해서 대응할 의지와 각오가 있다'며 무리한 징계를 강행할 경우 법적 다툼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이해충돌법 문제가 지적된 영진위원들의 공통점은 모두 지난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됐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영화계에서는 사실상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들에 대해 흡집내기를 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시선이 다분하다. 이들은 내년 1월 초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위원들에게 문제가 있는 일도 아니고 징계는 얼토당토 않다"며 "영화인들에 대한 어떤 의도가 있는 흠집내기가 아니라면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가 있으면 문체부에서 면직시켜야지 왜 영진위가 앞장서나"
▲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영진위원들ⓒ 문화체육관광부
문제는 영진위가 무리수라는 지적에도 이들을 자체적으로 징계하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에 따르면 영진위원들은 직무상 독립과 신분보장을 받는다. 또한 '공무원이나 정당의 당원 등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의사에 반해 면직되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있다.
영진위원 징계 규정은 영비법상 면직이 유일하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문체부 감사 결과가 위원들에게 통보된 이후인 지난 7월 김승수 의원을 대표 발의자로 영비법상 위원 면직 사유에 이해충돌법 위반을 추가한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그런데도 영진위는 14일 16차 임시회의를 통해 '이해충돌법 위반 위원 징계기준(안) 심의 의결의 건'을 해당 위원들의 반발 속에 통과시켰다. 의결 과정에서 이해당사자로 제척된 위원 4명 중 3명이 항의의 뜻으로 회의 도중 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영진위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6명과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한 3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해당 안건은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영진위원들이 모두 찬성해 통과된 것으로 전해졌다.
영진위에 따르면 15일 의결된 징계 기준안은 '문체부 특정감사, 영진위 자체 감사 결과에 의거해 이해충돌법을 위반한 위원에 대해 징계기준을 마련한다'는 내용이다.
앞서 영진위는 지난 8월 '9인위원회 운영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통해 징계기준을 마련하려고 했으나 위원들의 반대가 많아 보류한 바 있다.
영진위원은 소정의 회의비 등을 받을 뿐, 위원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비상임이다. 때문에 이들에게 직원과 같은 징계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하는 비판이 나온다
영화계에서는 '사실상 문체부의 지침에 따라 17일 국정감사를 앞두고 영진위가 무리한 행동을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영진위원을 역임한 영화단체의 한 대표자는 "영진위원은 영비법에 규정된 지위고 문체부 장관이 임명하는데, 문제가 있으면 문체부에서 면직시켜야지 왜 영진위가 앞장서냐"며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꼬집었다. 감사를 받은 영진위원들 역시 차라리 문체부가 면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문체부는 영진위에 12월 초까지 결과를 보고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영진위원 감사와 징계 요구 등이 예전 보수정권 때의 블랙리스트와 유사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계는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를 주도하고 있는 영진위 핵심 인사들이 모두 블랙리스트와 직·간접 연관이 있다면서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
한상준 영진위원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블랙리스트 사건을 사실상 옹호하는 형식의 글을 기고했고, 보수진영 안에선 '영화계에서 어렵게 찾은 우리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사무국장 역시 블랙리스트의 직접적인 실행자로 징계 전력이 있다(관련기사 : '박근혜 블랙리스트' 징계 간부, 영진위 사무국장으로 https://omn.kr/299z0).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단체인 '블랙리스트 이후' 정윤희 디렉터는 "영진위원들에 대한 감사와 징계 요구는 명백한 블랙리스트로 본다"며 "행정적 절차를 거쳤다고 하는데 형식적이고 구차한 이야기에 불과해 보인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