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하이재킹’, 고증의 예의와 재미의 균형

[리뷰] ‘하이재킹’, 고증의 예의와 재미의 균형



1971년 겨울, 속초에서 김포로 향하던 비행기가 하늘에서 납치된다. 이른바 ‘하이재킹’이라 불리는 항공기 납치사건의 중심엔 부기장 태인(하정우)이 있다. 2년 전 공군의 전투기 파일럿이었던 태인은 납북 중인 민항기를 공격하지 않았고, 명령 불복종의 책임을 지며 전역했다. 이처럼 아픈 과거를 겪긴 했으나 태인의 가치관은 한결같다. 그 어떤 것보다 사람의 목숨이 우선이란 일념이 태인을 움직인다. 그는 베테랑 기장 규식(성동일), 승무원 옥순(채수빈), 항공 보안관 창배(문유관), 그리고 60여명의 승객과 함께 기지를 발휘해 납치범 용대(여진구)와 맞선다. 청년 용대는 한국전쟁 당시 월북한 형이 있단 이유만으로 남한사회에서 모진 핍박을 받으며 살아온 인물이다. 가족을 찾아 북으로 가려는 용대의 서글픈 감정은 영화의 또 다른 동력이 된다.

1971년 대한항공 F27기 납북 미수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실화에서 가장 크게 각색된 부분은 납치범 용대의 사연이다.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실존 인물의 범죄 동기를 이념대립의 시대에 희생된 개인의 아픔으로 해석했다. 용대의 대척엔 따스한 휴머니즘의 가치를 고수하는 태인의 숭고한 마음씨가 있다. 영화는 태인과 용대가 처한 상황의 딜레마와 안타까움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되 인물의 감정에만 치우치진 않는다. 항공기 납치사건이란 소재를 적절한 서스펜스의 무대로 다루는 동시에 여객기의 전투비행과 강렬한 폭발 장면 등 시각적인 볼거리도 놓치지 않았다. 70년대 공항과 시민들의 모습들을 적절히 재현한 사극으로서의 가치도 쏠쏠하다. 역사적 실화를 다루는 고증의 예의와 영화적인 재미의 균형을 맞추려 한 노력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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