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작 재미없으면 안 그래도 극장 안 가는 관객 더 놓쳐"
"아직도 30년 전 영화제 그대로…이런 방식은 올해가 마지막"
박광수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지난 2일 개막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개막작을 놓고 영화계 안팎에서 논란이 일었다. 넷플릭스 영화 '전,란'이 개막작으로 선정된 데 대해 일각에서 반발한 것이다.
아시아 독립영화를 개막작으로 상영해온 관례와 맞지 않는 데다 극장에서 상영되지도 않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영화를 부산국제영화제의 얼굴로 삼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게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지난 5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박광수(69)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국제영화제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잘 모르는 분이 많은 것 같다"며 일축했다.
박 이사장은 "해외 영화제, 특히 중요한 영화제는 개막작을 좀 쉬운(대중적인) 것으로 한다"며 "개막작을 상영하는 자리엔 영화를 전문적으로 보는 사람뿐 아니라 일반 시민도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도 부산국제영화제가 계속 그것(독립영화를 개막작으로 하는 관례)을 고집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올해 개막작에)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내가 보기엔 그것(대중적인 개막작)이 정상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은 (극장에서 개봉하면) 흥행이 안 된다는 소문까지 날 정도다. 그만큼 개막작이 재미없다는 것"이라며 "안 그래도 관객이 극장에 안 가 문제인데 관객을 더 놓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극장용이 아닌 OTT 영화를 개막작으로 상영한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극장 영화도 나중엔 TV에서 보지 않는가. 그것을 뒤집은 것일 뿐"이라며 "TV용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해) 극장에서 상영하는 것도 괜찮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지난달 3일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박광수 이사장(왼쪽에서 두 번째)
(부산=연합뉴스) 강선배 기자 =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이 지난달 3일 해운대구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렸다. 2024.9.3 sbkang@yna.co.kr
박 이사장은 '칠수와 만수'(1988)로 대종상영화제 신인감독상과 로카르노국제영화제 청년비평가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영화감독이다. 이후 '그들도 우리처럼'(1990), '베를린 리포트'(1991), '그 섬에 가고 싶다'(1993),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1995) 등 굵직한 작품을 잇달아 내놨다.
그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처음 개최된 1996년부터 3년간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초석을 놓은 원년 멤버이기도 하다.
박 이사장은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직도 처음에 내가 만든 포맷 그대로 남아 있다"며 "이런 식의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가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30회를 맞는 내년 영화제부터는 확 달라질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지난 30년 동안 영화계도 엄청나게 달라졌고 시대와 사람이 바뀌었다"며 "이제 변화해야 할 시점이다. 영화제가 너무 오래 같은 자리에 머물러 관료화된 느낌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변화가 있을 것이다. 전폭적으로 개념 정리부터 다시 해야 하는데 그냥 두고 보는 것도 있다"며 "(오는 11일) 폐막 기자회견 때 설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해 인사를 둘러싼 잡음으로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이 잇달아 물러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이에 따라 제28회 영화제는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이 공석인 상태로 치러졌다.
올해 2월 박 이사장이 취임하면서 내홍 수습에 들어갔지만, 집행위원장은 아직도 비어 있는 상태다. 지금은 박도신 프로그래머가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박 이사장은 임원추천위원회가 두 차례 공개 모집에서 집행위원장 선임을 못 하고 활동을 종료해 정관 개정 등의 절차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내년 2월 안으로는 (집행위원장 선임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최대 영화 축제인 부산국제영화제도 정부의 영화제 지원 예산 삭감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기업 협찬을 50%가량 늘리는 등 자구책으로 부족한 재원을 충당했다.
박 이사장은 "(정부 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영화제는 지원이 삭감되면 영화제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영화제 협의체를 단일한 창구로 삼아 정부와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광수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ljglory@yna.co.kr
"아직도 30년 전 영화제 그대로…이런 방식은 올해가 마지막"
박광수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지난 2일 개막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개막작을 놓고 영화계 안팎에서 논란이 일었다. 넷플릭스 영화 '전,란'이 개막작으로 선정된 데 대해 일각에서 반발한 것이다.
아시아 독립영화를 개막작으로 상영해온 관례와 맞지 않는 데다 극장에서 상영되지도 않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영화를 부산국제영화제의 얼굴로 삼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게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지난 5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박광수(69)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국제영화제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잘 모르는 분이 많은 것 같다"며 일축했다.
박 이사장은 "해외 영화제, 특히 중요한 영화제는 개막작을 좀 쉬운(대중적인) 것으로 한다"며 "개막작을 상영하는 자리엔 영화를 전문적으로 보는 사람뿐 아니라 일반 시민도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도 부산국제영화제가 계속 그것(독립영화를 개막작으로 하는 관례)을 고집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올해 개막작에)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내가 보기엔 그것(대중적인 개막작)이 정상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은 (극장에서 개봉하면) 흥행이 안 된다는 소문까지 날 정도다. 그만큼 개막작이 재미없다는 것"이라며 "안 그래도 관객이 극장에 안 가 문제인데 관객을 더 놓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극장용이 아닌 OTT 영화를 개막작으로 상영한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극장 영화도 나중엔 TV에서 보지 않는가. 그것을 뒤집은 것일 뿐"이라며 "TV용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해) 극장에서 상영하는 것도 괜찮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지난달 3일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박광수 이사장(왼쪽에서 두 번째)
(부산=연합뉴스) 강선배 기자 =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이 지난달 3일 해운대구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렸다. 2024.9.3 sbkang@yna.co.kr
박 이사장은 '칠수와 만수'(1988)로 대종상영화제 신인감독상과 로카르노국제영화제 청년비평가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영화감독이다. 이후 '그들도 우리처럼'(1990), '베를린 리포트'(1991), '그 섬에 가고 싶다'(1993),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1995) 등 굵직한 작품을 잇달아 내놨다.
그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처음 개최된 1996년부터 3년간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초석을 놓은 원년 멤버이기도 하다.
박 이사장은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직도 처음에 내가 만든 포맷 그대로 남아 있다"며 "이런 식의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가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30회를 맞는 내년 영화제부터는 확 달라질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지난 30년 동안 영화계도 엄청나게 달라졌고 시대와 사람이 바뀌었다"며 "이제 변화해야 할 시점이다. 영화제가 너무 오래 같은 자리에 머물러 관료화된 느낌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변화가 있을 것이다. 전폭적으로 개념 정리부터 다시 해야 하는데 그냥 두고 보는 것도 있다"며 "(오는 11일) 폐막 기자회견 때 설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해 인사를 둘러싼 잡음으로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이 잇달아 물러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이에 따라 제28회 영화제는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이 공석인 상태로 치러졌다.
올해 2월 박 이사장이 취임하면서 내홍 수습에 들어갔지만, 집행위원장은 아직도 비어 있는 상태다. 지금은 박도신 프로그래머가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박 이사장은 임원추천위원회가 두 차례 공개 모집에서 집행위원장 선임을 못 하고 활동을 종료해 정관 개정 등의 절차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내년 2월 안으로는 (집행위원장 선임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최대 영화 축제인 부산국제영화제도 정부의 영화제 지원 예산 삭감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기업 협찬을 50%가량 늘리는 등 자구책으로 부족한 재원을 충당했다.
박 이사장은 "(정부 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영화제는 지원이 삭감되면 영화제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영화제 협의체를 단일한 창구로 삼아 정부와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광수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