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수술비 위해 검은돈 손댄 경찰 역…"휴먼드라마 느낌에 매력"
"'응사' 이후 큰 사랑 감당 안 돼…초심 찾아 영화로 돌아가"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주연 배우 정우
[BH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생각도 많고 혼란스러운 시기에 이 작품을 만났어요. 간결하고 힘 있는 영화를 하고 싶었는데, 제목부터 끌리더라고요. '더러운 돈에 손대면 잘못된다는 얘기겠구나' 하고 바로 와닿았습니다."
김민수 감독이 연출한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이하 '더러운 돈') 주연 배우 정우는 16일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한 인터뷰에서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읽던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17일 개봉하는 '더러운 돈'은 뒷돈을 챙기며 일하는 '생계형' 형사들이 더 큰돈을 훔치려다 살인 사건에 말려드는 이야기를 그린다. 정우는 딸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친동생이나 다름없는 동료 형사 동혁(김대명 분)과 범죄조직의 검은돈에 손대는 형사 명득 역을 소화했다.
그는 "몸으로는 액션을 하고 있지만 장르는 휴먼 드라마로 다가왔다"며 "이런 부분에 매력을 느껴 이 작품에 출연하기로 한 것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동안 비리 경찰을 다룬 영화가 많은 데다 명득이 돈을 훔치기로 한 배경 역시 자주 접해온 설정인 만큼, 배우들이 얼마나 몰입감 있는 연기를 하느냐가 관건이었다.
정우는 "명득이 쓰러진 딸을 보고 순간적으로 터져 나오는 울부짖음을 마치 자기 새끼를 보호하려는 날짐승처럼 표현하려 했다"며 "서너 장면뿐이지만 이런 감정으로 설득력을 얻을 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속 한 장면
[BH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촬영 끝나고 1년쯤 지났을 때 감독님께서 말씀해주셨는데, 제가 그 장면에서 실제 제 딸아이 이름을 불렀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만약 이런 상황이라면 어땠을까' 하고 너무 몰입해 그렇게 된 것 같아요."
김 감독과 정우는 서울예대 영화과 동기 사이다. 한때 한 강의실에서 함께 수업을 들었던 둘은 수십 년을 돌고 돌아 한 작품으로 재회하게 됐다.
정우는 "대학 때 같은 꿈을 꿨던 친구지만, 그래서 더 객관적으로 작품을 판단하려 했다"며 "김 감독이 아주 대담하게 작품과 캐릭터에 대해 얘기해줘서 이런 친구라면 믿고 가도 되겠다 싶었다"고 떠올렸다.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 '킹메이커'(2022) 등의 각본을 쓴 김 감독은 '더러운 돈'이 첫 연출작이다.
신인 감독인 만큼 현장에서 주눅이 들 법도 하지만 정우는 "제가 만난 데뷔 감독 중에 가장 대찼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2019년 촬영을 마친 영화가 코로나19로 인해 좀처럼 개봉일을 잡지 못하면서 김 감독과 배우진들은 몇 년간 마음고생을 겪었다. 특히 김 감독은 물류창고에서 일하며 생계를 해결하기도 했다.
정우는 "저야 다른 작품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있지만, 민수는 데뷔하기 위해 수십 년을 달려왔지 않느냐"며 "그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존경스럽고 고맙다"고 힘줘 말했다.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속 한 장면
[BH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정우는 팬데믹 시기에도 영화 '이웃사촌'(2020), '뜨거운 피'(2022) 등으로 관객과 만나왔다. '모범가족'·'멘탈코치 제갈길'(2022), '기적의 형제'(2023) 등을 통해 출세작인 '응답하라 1994'(2013) 이후 오랜만에 드라마도 선보였다.
정우는 '응답하라 1994'에서 '쓰레기'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재준 역으로 단번에 큰 주목을 받았으나 "너무 큰 사랑을 받아 감당이 안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때문에 그는 차기작으로 수많은 드라마를 제안받고도 "내 시작은 영화였으니 영화로 돌아가자"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 중엔 흥행한 작품도 있고 잘 안된 작품도 있지만, 모두 저를 배우로 성장하게 해준 작품들이에요. 결국엔 작품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이 배우의 본질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제가 얼마나 연기를 잘했는지 그 결과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앞으로도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치열하지만 건강하게 연기에 임하겠습니다."
rambo@yna.co.kr
"'응사' 이후 큰 사랑 감당 안 돼…초심 찾아 영화로 돌아가"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주연 배우 정우
[BH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생각도 많고 혼란스러운 시기에 이 작품을 만났어요. 간결하고 힘 있는 영화를 하고 싶었는데, 제목부터 끌리더라고요. '더러운 돈에 손대면 잘못된다는 얘기겠구나' 하고 바로 와닿았습니다."
김민수 감독이 연출한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이하 '더러운 돈') 주연 배우 정우는 16일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한 인터뷰에서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읽던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17일 개봉하는 '더러운 돈'은 뒷돈을 챙기며 일하는 '생계형' 형사들이 더 큰돈을 훔치려다 살인 사건에 말려드는 이야기를 그린다. 정우는 딸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친동생이나 다름없는 동료 형사 동혁(김대명 분)과 범죄조직의 검은돈에 손대는 형사 명득 역을 소화했다.
그는 "몸으로는 액션을 하고 있지만 장르는 휴먼 드라마로 다가왔다"며 "이런 부분에 매력을 느껴 이 작품에 출연하기로 한 것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동안 비리 경찰을 다룬 영화가 많은 데다 명득이 돈을 훔치기로 한 배경 역시 자주 접해온 설정인 만큼, 배우들이 얼마나 몰입감 있는 연기를 하느냐가 관건이었다.
정우는 "명득이 쓰러진 딸을 보고 순간적으로 터져 나오는 울부짖음을 마치 자기 새끼를 보호하려는 날짐승처럼 표현하려 했다"며 "서너 장면뿐이지만 이런 감정으로 설득력을 얻을 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속 한 장면
[BH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촬영 끝나고 1년쯤 지났을 때 감독님께서 말씀해주셨는데, 제가 그 장면에서 실제 제 딸아이 이름을 불렀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만약 이런 상황이라면 어땠을까' 하고 너무 몰입해 그렇게 된 것 같아요."
김 감독과 정우는 서울예대 영화과 동기 사이다. 한때 한 강의실에서 함께 수업을 들었던 둘은 수십 년을 돌고 돌아 한 작품으로 재회하게 됐다.
정우는 "대학 때 같은 꿈을 꿨던 친구지만, 그래서 더 객관적으로 작품을 판단하려 했다"며 "김 감독이 아주 대담하게 작품과 캐릭터에 대해 얘기해줘서 이런 친구라면 믿고 가도 되겠다 싶었다"고 떠올렸다.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 '킹메이커'(2022) 등의 각본을 쓴 김 감독은 '더러운 돈'이 첫 연출작이다.
신인 감독인 만큼 현장에서 주눅이 들 법도 하지만 정우는 "제가 만난 데뷔 감독 중에 가장 대찼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2019년 촬영을 마친 영화가 코로나19로 인해 좀처럼 개봉일을 잡지 못하면서 김 감독과 배우진들은 몇 년간 마음고생을 겪었다. 특히 김 감독은 물류창고에서 일하며 생계를 해결하기도 했다.
정우는 "저야 다른 작품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있지만, 민수는 데뷔하기 위해 수십 년을 달려왔지 않느냐"며 "그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존경스럽고 고맙다"고 힘줘 말했다.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속 한 장면
[BH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정우는 팬데믹 시기에도 영화 '이웃사촌'(2020), '뜨거운 피'(2022) 등으로 관객과 만나왔다. '모범가족'·'멘탈코치 제갈길'(2022), '기적의 형제'(2023) 등을 통해 출세작인 '응답하라 1994'(2013) 이후 오랜만에 드라마도 선보였다.
정우는 '응답하라 1994'에서 '쓰레기'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재준 역으로 단번에 큰 주목을 받았으나 "너무 큰 사랑을 받아 감당이 안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때문에 그는 차기작으로 수많은 드라마를 제안받고도 "내 시작은 영화였으니 영화로 돌아가자"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 중엔 흥행한 작품도 있고 잘 안된 작품도 있지만, 모두 저를 배우로 성장하게 해준 작품들이에요. 결국엔 작품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이 배우의 본질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제가 얼마나 연기를 잘했는지 그 결과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앞으로도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치열하지만 건강하게 연기에 임하겠습니다."
ramb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