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인들의 고민과 분투

[한겨레S] 주일우의 뒹굴뒹굴 만화
중쇄를 찍자

옛날에, 나는 출근길인데 회사 앞에 진치고 기다리는 친구들을 마주치곤 했다. 전날부터 잔뜩 마시고 아침부터 해장술을 마시자고 생떼 부리던 시인들. 머릿속에 오늘 해내야 할 일들을 한번 복기해 보고, 어떻게든 시간을 짜내서 기꺼이 그들과 국밥 한 그릇 하러 갔다. 생활에 서툰 점도 많지만 내 마음을 움직인 노래를 불렀던 그들의 청을 어떻게 물리칠 것인가? 그들과 나눈 고민 속에서 나도 자라고 성장했는데, 그들은 이제 모두 어디에 있는가? 세상을 등진 친구도 있고, 서울 혹은 한국을 떠난 친구들도 있는데 그들이 그립다. 그 시절을 생각하면 눈가가 뜨거워진다.

내게 작가와 편집자, 출판사가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 중 최고는 ‘중쇄를 찍자’였다. 11년간 연재를 마치고 한국에서 출간하는 단행본도 지난달에 20권으로 끝이 났다. 신입 편집자였던 주인공도 10년차를 넘어선 중견이 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데뷔한 작가들도 인간적인 면모로나 작품으로나 큰 성장을 했다. 이야기의 끝은 빤한 해피엔딩이었지만 등장인물들과 함께 보낸 세월이 10년이 넘다 보니 비극보다는 이런 결말을 응원했다. 모두 다 더 성장하고 행복하기를. 굿바이.

하지만, 그들이 마주할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을 것이다. ‘중쇄를 찍자’의 슬로건은 “이 만화를 팔겠습니다.” 만화는 끝이 나도 주인공들은 더 많은 독자들을 만나기 위해서 분투를 할 수밖에 없을 텐데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이 시리즈의 마지막 다섯권은 이러한 현실 변화와 관련된 출판계의 노력을 많이 담고 있다. 주인공과 함께 성장한 만화 ‘피브전이’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든다. 영상화를 위한 협업이 시작되고 그것이 다시 종이책의 판매를 한껏 늘린다. 전통적인 출판사를 중심으로 협업을 하는 만화영화 회사와 작가들이 다각도로 협업하면서 새로운 독자를 찾는다.

종이와 펜을 고집하던 작가들이 디지털로 도구를 전환하면서 메인 작가를 돕는 어시스턴트의 역할이 줄어든다. 배경을 만들어 주던, 그림을 그려 주던 장인들이 설 자리를 잃지만 프로그램을 만들고 고치는 사람들이 힘을 보탠다. 작업의 형태와 환경이 바뀌면서 일자리의 성격과 산업의 모양도 바뀌어 간다. 오랜 세월 책을 만들었던 지혜와 경험이 책의 판매량을 늘리는 경우도 있다. ‘중쇄를 찍자’ 속의 만화, ‘츠노히메사마’는 세계적인 만화예술상을 받았고 그 만화에 나오는 도검류를 모아 도감을 만들었다. 도감은 사람 키를 넘는 칼을 실제 크기로 담을 정도로 책 제작의 정수를 끌어모아야 했는데, 이런 기념비적인 책이 만화책과 함께 더 많은 독자를 만났다.

‘중쇄를 찍자’는 일본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져 나라를 넘어 인기가 높았다. 우리나라에서도 드라마로 만들었다. ‘오늘의 웹툰’. 이 작품은 4%의 시청률로 기대를 안고 시작했지만 종방 때는 1%대 시청률로 주저앉았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드라마에서는 웹툰 회사를 배경으로 삼았는데 당장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과 관련된 고민은 있지만 수백년 동안 쌓아온 출판의 꿈과 고민이 없어서 깊은 맛이 없었다. ‘중쇄를 찍자’는 영화화, 드라마화, 번역, 저작권, 디지털과 같은 질문들을 출판을 중심으로, 다각도로 풀고 있다. 우리는 출판사·게임회사·플랫폼 등이 각개약진하고 있다. 고민의 중심에 설 자본도, 논의도 쌓지 못한 것이 한국 출판계가 맞닥뜨린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이다.

만화 애호가

종이나 디지털로 출판되어 지금도 볼 수 있는 국내외 만화를 소개하고 그에 얽힌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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