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의 씨네만세 747] <폴리스 스토리 3>인물의 움직임에 주안점을 두어 관객에게 다가서는 액션영화는 현대 영화의 장르구분에 있어 큰 줄기를 이룬다. 다른 많은 장르가 그러하듯, 액션영화 또한 지난 한 세기를 이어오는 가운데 여러 세부장르로 분화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줄기를 형성하는 장르가 있으니, 바로 형사액션이라 부르는 장르다.
33번째 천만 영화가 된 <범죄도시 4>는 전형적인 형사액션물이다. 앞서 천만영화 자리에 오른 2편과 3편, 또 무려 16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흥행순위 2위에 올라 있는 <극한직업>, 1300만 관객이 든 <베테랑> 또한 형사액션물이다. 4편의 등극으로 한국 천만 영화 가운데 15% 이상을 형사액션물이 차지하게 되었다.
형사액션물은 어느 나라에서나 인기장르로 꼽힌다. 한국에서도 1990년대엔 <투캅스> 시리즈가, 2000년대엔 <공공의 적> 시리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두 시리즈 모두 3편까지 속편이 만들어졌고, 감독이자 제작자였던 강우석을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끌어올렸다.
▲ 폴리스 스토리 3 포스터ⓒ 골든 하베스트
형사액션물의 중심이던 홍콩영화
형사액션물의 인기는 가히 전 세계적이라 해도 좋다. 할리우드에선 1970년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더티 해리> 시리즈가 형사액션물의 막을 제대로 열어젖혔다. 1980년대엔 멜 깁슨의 <리썰 웨폰> 시리즈, 에디 머피의 <비버리 힐스 캅> 시리즈, 브루스 윌리스의 <다이하드> 시리즈가 등장해 큰 인기를 누렸다. 1990년대엔 보다 코믹성이 강해진 성룡과 크리스 터커의 <러시 아워> 시리즈가 뒤를 이었다. 시리즈화 되진 않았지만 단편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형사액션물도 수두룩하다.
그러나 형사액션물의 본진은 역시 홍콩이다. 홍콩에선 1970년대부터 약 30여 년 동안 수백 편의 형사액션물이 쏟아졌다. 이 30년은 세계 영화사에서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 영화산업, 또 영화문법의 발전이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요즈음의 세태 속에선 낯설고 흥미로운 모습이 이 시기 홍콩영화 가운데서 발견되는 것이다.
홍콩에서 형사액션물이 인기를 구가한 건 자연스런 일이다. 홍콩은 1997년 중국에 반환되기까지 영국의 속령으로 그 지배를 받았다. 대영제국의 마지막 유산인 홍콩은 중화 인민과 서구 자유주의 및 자본주의의 이색적 결합 사례가 되었다. 서로 다른 두 문화가 각자의 장점을 살리는 방식으로 어우러졌다. 서양인이 자본을 대고 동양적 미학을 담은 특색 있는 장르물을 발전시켜가던 홍콩영화는 기술력이 정점에 달한 1970년 이후 형사액션을 위시한 장르로 그 중심을 옮겨간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형사액션 시리즈
▲ 폴리스 스토리 3 스틸컷ⓒ 골든 하베스트
여기엔 삼합회 등으로 대표되는 무질서한 홍콩의 치안이 큰 역할을 했다. 1970년대까지 건재했던 폭력조직 삼합회가 기승을 부리며 구룡채성 등 일부 지역을 슬럼화해 장악하는 등 그 폐해가 심각한 수준이었던 것이다. 영국이 지배하고 한족이 지배받는 이분화된 체제가 한족으로 구성된 폭력조직이 날뛸 수 있는 틈새를 제공했다. 이 같은 상황을 배경으로 범죄에 대항하는 공권력을 다룬 영화가 큰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는 1985년부터 2013년까지 무려 6편의 속편을 낸 걸출한 형사액션물이다. 전통적인 형사물에 홍콩영화계가 가진 가장 큰 자산, 즉 스턴트 및 무술액션을 적절히 덧입힌 명작이다. 형사액션물 중 최고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폴리스 스토리> 1편에 더하여, 속편의 모범사례가 된 <폴리스 스토리 2-구룡의 눈>은 시리즈가 꾸준히 이어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폴리스 스토리 3–초급경찰>은 2편 이후 4년이 흐른 1992년 제작된 작품이다. 앞선 두 편으로 연출에서도 특출남을 보인 성룡이 연기에 집중하는 대신 <동방불패>로 혜성처럼 등장한 당계례에게 감독을 맡겼다. 홍콩을 넘어 중국 본토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로케에 나서며 무대를 국제적으로 확대한 작품이며, <예스마담> 시리즈로 독보적인 여자 액션스타로 떠오른 양자경이 성룡과 짝을 이뤘단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최고 여성 액션스타 양자경과 성룡의 합
▲ 폴리스 스토리 3 스틸컷ⓒ 골든 하베스트
앞선 두 차례 대활약을 통해 진가구(성룡 분)는 홍콩에서 독보적인 수사력을 지닌 형사로 거듭나 있다. 그는 동남아 일대에서 마약을 대량 밀수해 유통시키는 마약왕 시패(증강 분)를 검거하기 위한 국제수사에 적임자로 발탁된다. 인터폴은 중국 공안과 협력작전을 개시하는데, 진가구의 파트너가 되는 게 바로 양과장(양자경 분)이다.
이들은 시패의 측근으로, 중국 강제노동수용소에 복역 중인 표강(원화 분)에게 접근하는 계획을 짜 실행키로 한다. 진가구는 표강의 탈주에 큰 도움을 주고 그의 신뢰를 얻는다. 진가구의 여동생으로 위장한 양과장 또한 진가구와 함께 시패에게 접근하는 데 성공한다. 영화는 진가구와 양과장을 의심해 거듭 시험하는 시패의 계략과 그 모든 시험을 통과하는 이들의 모습을 긴박하게 잡아낸다. 탱크와 헬리콥터, 열차까지 동원되는 대대적인 액션연기를 몸을 던져 소화해내는 전성기의 성룡과 양자경의 모습이 엄청난 쾌감을 안긴다.
영화의 제목인 초급경찰은 초보를 뜻하는 초급이 아닌 뛰어남을 뜻하는 초급이다. 한국에서 흔히 오해를 사는 제목에도 영화 속 성룡과 양자경은 독보적인 활약을 거듭하며 관객을 설득해낸다. 홍콩과 중국 공안 최고의 형사로 출연한 당대 최고의 남녀 액션배우들의 활약이 액션연출에 특화된 당계례의 연출을 거쳐 어마어마한 장면들로 빚어지는 것이다.
특히 성룡영화 특유의 엔딩크레디트 시퀀스, 즉 실패한 스턴트 장면을 고스란히 담아낸 장면은 액션팬들에게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양자경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순간을 딛고서 명장면을 빚어냈단 걸 이 실패한 스턴트 필름이 알도록 한다.
전형성의 함정 뛰어넘을 비기 고민할 때
▲ 폴리스 스토리 3 스틸컷ⓒ 골든 하베스트
<폴리스 스토리 3>는 전무후무하다 해도 좋을 여성 액션배우 양자경과 액션배우로 최정점에 올라 있던 성룡이 절정에서 만나 빚은 앙상블이다. 전성기를 구가하던 홍콩 영화산업, 특히 형사액션물의 부흥이 이와 같은 배우를 길러냈고, 동반 캐스팅을 가능케 했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남녀 조합으로 이와 같은 영화는 찾아볼 수 없다. 형사액션물에서 남성과 대등한 수준의 액션연기를 보일 수 있는 여배우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여성 캐릭터는 대부분 사연이나 정보를 가진 미모의 여성으로 남을 밖에 없었다. 이것이 이 영화가 지닌 특별함이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는 자칫 전형성의 함정에 빠지기 쉬운 형사액션물에 귀감이 된다. 전형성의 함정, 즉 통하는 설정을 돌려쓸 뿐 새로움을 시도하지 않는 안이한 태도를 경계하도록 한다. 무대를 옮기고 여성캐릭터에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범죄를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이전까지 없었던 액션연기를 시도하는 식이다.
그렇다면 8편까지 기획된 <범죄도시> 시리즈는 어떠한가. 한국을, 나아가 아시아를 대표하는 형사액션물로서 이 시리즈는 어떠한 도전을 감행하려 하는가를 나는 묻고 싶다.
덧붙이는 글 | 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33번째 천만 영화가 된 <범죄도시 4>는 전형적인 형사액션물이다. 앞서 천만영화 자리에 오른 2편과 3편, 또 무려 16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흥행순위 2위에 올라 있는 <극한직업>, 1300만 관객이 든 <베테랑> 또한 형사액션물이다. 4편의 등극으로 한국 천만 영화 가운데 15% 이상을 형사액션물이 차지하게 되었다.
형사액션물은 어느 나라에서나 인기장르로 꼽힌다. 한국에서도 1990년대엔 <투캅스> 시리즈가, 2000년대엔 <공공의 적> 시리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두 시리즈 모두 3편까지 속편이 만들어졌고, 감독이자 제작자였던 강우석을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끌어올렸다.
▲ 폴리스 스토리 3 포스터ⓒ 골든 하베스트
형사액션물의 중심이던 홍콩영화
형사액션물의 인기는 가히 전 세계적이라 해도 좋다. 할리우드에선 1970년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더티 해리> 시리즈가 형사액션물의 막을 제대로 열어젖혔다. 1980년대엔 멜 깁슨의 <리썰 웨폰> 시리즈, 에디 머피의 <비버리 힐스 캅> 시리즈, 브루스 윌리스의 <다이하드> 시리즈가 등장해 큰 인기를 누렸다. 1990년대엔 보다 코믹성이 강해진 성룡과 크리스 터커의 <러시 아워> 시리즈가 뒤를 이었다. 시리즈화 되진 않았지만 단편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형사액션물도 수두룩하다.
그러나 형사액션물의 본진은 역시 홍콩이다. 홍콩에선 1970년대부터 약 30여 년 동안 수백 편의 형사액션물이 쏟아졌다. 이 30년은 세계 영화사에서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 영화산업, 또 영화문법의 발전이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요즈음의 세태 속에선 낯설고 흥미로운 모습이 이 시기 홍콩영화 가운데서 발견되는 것이다.
홍콩에서 형사액션물이 인기를 구가한 건 자연스런 일이다. 홍콩은 1997년 중국에 반환되기까지 영국의 속령으로 그 지배를 받았다. 대영제국의 마지막 유산인 홍콩은 중화 인민과 서구 자유주의 및 자본주의의 이색적 결합 사례가 되었다. 서로 다른 두 문화가 각자의 장점을 살리는 방식으로 어우러졌다. 서양인이 자본을 대고 동양적 미학을 담은 특색 있는 장르물을 발전시켜가던 홍콩영화는 기술력이 정점에 달한 1970년 이후 형사액션을 위시한 장르로 그 중심을 옮겨간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형사액션 시리즈
▲ 폴리스 스토리 3 스틸컷ⓒ 골든 하베스트
여기엔 삼합회 등으로 대표되는 무질서한 홍콩의 치안이 큰 역할을 했다. 1970년대까지 건재했던 폭력조직 삼합회가 기승을 부리며 구룡채성 등 일부 지역을 슬럼화해 장악하는 등 그 폐해가 심각한 수준이었던 것이다. 영국이 지배하고 한족이 지배받는 이분화된 체제가 한족으로 구성된 폭력조직이 날뛸 수 있는 틈새를 제공했다. 이 같은 상황을 배경으로 범죄에 대항하는 공권력을 다룬 영화가 큰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는 1985년부터 2013년까지 무려 6편의 속편을 낸 걸출한 형사액션물이다. 전통적인 형사물에 홍콩영화계가 가진 가장 큰 자산, 즉 스턴트 및 무술액션을 적절히 덧입힌 명작이다. 형사액션물 중 최고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폴리스 스토리> 1편에 더하여, 속편의 모범사례가 된 <폴리스 스토리 2-구룡의 눈>은 시리즈가 꾸준히 이어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폴리스 스토리 3–초급경찰>은 2편 이후 4년이 흐른 1992년 제작된 작품이다. 앞선 두 편으로 연출에서도 특출남을 보인 성룡이 연기에 집중하는 대신 <동방불패>로 혜성처럼 등장한 당계례에게 감독을 맡겼다. 홍콩을 넘어 중국 본토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로케에 나서며 무대를 국제적으로 확대한 작품이며, <예스마담> 시리즈로 독보적인 여자 액션스타로 떠오른 양자경이 성룡과 짝을 이뤘단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최고 여성 액션스타 양자경과 성룡의 합
▲ 폴리스 스토리 3 스틸컷ⓒ 골든 하베스트
앞선 두 차례 대활약을 통해 진가구(성룡 분)는 홍콩에서 독보적인 수사력을 지닌 형사로 거듭나 있다. 그는 동남아 일대에서 마약을 대량 밀수해 유통시키는 마약왕 시패(증강 분)를 검거하기 위한 국제수사에 적임자로 발탁된다. 인터폴은 중국 공안과 협력작전을 개시하는데, 진가구의 파트너가 되는 게 바로 양과장(양자경 분)이다.
이들은 시패의 측근으로, 중국 강제노동수용소에 복역 중인 표강(원화 분)에게 접근하는 계획을 짜 실행키로 한다. 진가구는 표강의 탈주에 큰 도움을 주고 그의 신뢰를 얻는다. 진가구의 여동생으로 위장한 양과장 또한 진가구와 함께 시패에게 접근하는 데 성공한다. 영화는 진가구와 양과장을 의심해 거듭 시험하는 시패의 계략과 그 모든 시험을 통과하는 이들의 모습을 긴박하게 잡아낸다. 탱크와 헬리콥터, 열차까지 동원되는 대대적인 액션연기를 몸을 던져 소화해내는 전성기의 성룡과 양자경의 모습이 엄청난 쾌감을 안긴다.
영화의 제목인 초급경찰은 초보를 뜻하는 초급이 아닌 뛰어남을 뜻하는 초급이다. 한국에서 흔히 오해를 사는 제목에도 영화 속 성룡과 양자경은 독보적인 활약을 거듭하며 관객을 설득해낸다. 홍콩과 중국 공안 최고의 형사로 출연한 당대 최고의 남녀 액션배우들의 활약이 액션연출에 특화된 당계례의 연출을 거쳐 어마어마한 장면들로 빚어지는 것이다.
특히 성룡영화 특유의 엔딩크레디트 시퀀스, 즉 실패한 스턴트 장면을 고스란히 담아낸 장면은 액션팬들에게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양자경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순간을 딛고서 명장면을 빚어냈단 걸 이 실패한 스턴트 필름이 알도록 한다.
전형성의 함정 뛰어넘을 비기 고민할 때
▲ 폴리스 스토리 3 스틸컷ⓒ 골든 하베스트
<폴리스 스토리 3>는 전무후무하다 해도 좋을 여성 액션배우 양자경과 액션배우로 최정점에 올라 있던 성룡이 절정에서 만나 빚은 앙상블이다. 전성기를 구가하던 홍콩 영화산업, 특히 형사액션물의 부흥이 이와 같은 배우를 길러냈고, 동반 캐스팅을 가능케 했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남녀 조합으로 이와 같은 영화는 찾아볼 수 없다. 형사액션물에서 남성과 대등한 수준의 액션연기를 보일 수 있는 여배우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여성 캐릭터는 대부분 사연이나 정보를 가진 미모의 여성으로 남을 밖에 없었다. 이것이 이 영화가 지닌 특별함이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는 자칫 전형성의 함정에 빠지기 쉬운 형사액션물에 귀감이 된다. 전형성의 함정, 즉 통하는 설정을 돌려쓸 뿐 새로움을 시도하지 않는 안이한 태도를 경계하도록 한다. 무대를 옮기고 여성캐릭터에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범죄를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이전까지 없었던 액션연기를 시도하는 식이다.
그렇다면 8편까지 기획된 <범죄도시> 시리즈는 어떠한가. 한국을, 나아가 아시아를 대표하는 형사액션물로서 이 시리즈는 어떠한 도전을 감행하려 하는가를 나는 묻고 싶다.
덧붙이는 글 | 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