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프와 불화 ·원망 쏟은 배우·사면초가 감독

스태프와 불화 ·원망 쏟은 배우·사면초가 감독

[넘버링 무비 412] 영화 <룩킹포> 영화 <룩킹포> 스틸컷ⓒ 스튜디오팔삼구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01.
김태희 감독은 성실한 사람으로 불린다. 그의 첫 시작은 뮤지컬 배우였다. 오랜 시간 연극무대에서 경험을 쌓으며 무대 연기와 연출을 기반으로 활동을 이어왔다. <꿈의 제인>(2017), <미지수>(2024) 등의 독립영화 작품에서 주·조연을 맡으며 스크린에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2021년에 연출한 단편영화 <걸어도 걸어도>가 전북독립영화제의 우수상에 해당하는 야무진상을 수상하고 청룡영화제의 단편 부문 후보로 선정되면서 감독으로서의 재능 역시 보이기 시작했다. 액션에도 일가견이 있다고 했다. 다재다능함을 바탕으로 한 쉴 틈이 없는 행보다. ·

2022년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사전제작 지원으로 시작할 수 있었던 첫 장편 영화 <룩킹포>는 그의 첫 장편 영화다. 독립영화로는 만나보기 힘든 뮤지컬 기반의 액션, 코미디 장르의 작품. 감독이 아무리 성실하다고는 하나 누구에게라도 첫 장편으로 선택하기는 쉽지 않은 장르다. 제작비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특히 뮤지컬 장르에는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음악의 수급 문제부터 후반 작업에서 필요한 믹스나 마스터링 과정에서의 청각적 완성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가 놓인다.

이 영화의 시작점은 당시 피칭 선정작 감독 인터뷰를 통해 찾아볼 수 있다. 해당 영상에 등장하는 김태희 감독과 가수 정중식(중식이 밴드 리더, 보컬)은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온 중식이 밴드의 음악으로 하고 싶었던 것들이 있었는데, 조금 부족하더라도 지금이 아니면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음악도 모두 30대 초반부터 완성되어 왔는데, 두 사람 모두 마흔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시도할 타이밍이 온 것이라 느낀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액션이나 코미디와 같은 장르적 상상을 이어가겠지만, 한 마디로 '더 늙으면 어렵지 않을까?' 하는 마음 깊숙한 곳으로부터의 목소리를 들은 셈이다.

02.
영화 <룩킹포>는 중식이 밴드의 음악을 바탕으로 완성된 작품이지만, 완성을 바로 코앞에 둔 하드디스크(HDD)를 잃어버린 감독(장결호 분)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조연출(정하담 분)과 함께 오랜 시간 매달려 어렵게 완성한 마지막 편집본이다. 이 작품으로 부와 유명세를 한 번에 해결해 보겠다는 꿈에 젖어있을 때 해당 편집본이 저장된 외장 하드디스크가 사라져 버린다. 물론 방금 작업이 끝난 작품을 백업해 뒀을 리 없다. 컴퓨터 앞자리를 지키고 있던 조연출에 따르면, 촬영감독이 집으로 뛰어 들어와 하드디스크를 훔쳐 달아났다고. 절망에 빠진 감독이 뒤쫓아보지만 결국 놓치고 만다.

문제는 촬영 과정에서의 불화로 인해 다른 모든 스태프와 연락을 끊은 상태라는 것. 자존심마저 버리고 자신의 영화를 되찾기 위해 촬영감독과 친한 사이였던 사운드 감독을 찾아가는 감독. 하지만 과거의 일로 두 번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다며 몸부림치는 사운드 감독 앞에서 아무런 소득 없이 되돌아온다. 함께 촬영했던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때마침 감독을 찾아온 그들은 공격도 불사하며 원망을 쏟아낸다. 얼마나 대단한 작품이길래 그를 둘러싼 모든 관계 인물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걸까. 그나마 함께 밤을 새우며 마지막까지 힘을 보탰던 조감독만이 유일한 기댈 곳이라 믿었지만, 어렵게 찾아낸 촬영감독은 하드디스크를 돌려주는 대신 충격적인 사실을 알려온다. 하드디스크와 감독의 마지막 역작은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일까?

 영화 <룩킹포> 스틸컷ⓒ 스튜디오팔삼구
03.
이쯤 되면 영화에도 운명이라는 것이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그들이 마주한 현실은 훨씬 더 쉽지 않았다. 그나마 절친한 중식이 밴드의 음악으로 시나리오를 완성할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수 차례 수정이 더해졌다. 배우를 섭외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가장 마지막에 섭외되었다는 정하담 배우의 경우에는, 영화 <스틸 플라워>(2016)에서 만나 함께 작업했던 인연으로 지금까지 알고 지냈던 것이 큰 힘이 되었다.

현장의 촬영 환경 역시 쉽지 않았다. 시나리오와 제작, 연출, 촬영에 액션까지 음악과 사운드를 제외한 거의 모든 역할을 감독 본인이 해낸 것만 봐도 가늠할 만하다. 여기에 정하담 배우는 이렇게 덧붙인다.

"이 작품 정말 주변에 스크립터, 촬영 이런 것도 하나도 없이 감독님 혼자 다 하시다 보니 촬영 중간에 저한테도 사운드를 시킨 적이 있었거든요? (웃음) 다른 배우가 촬영할 때 여기서 이렇게 들고 있으라면서... 그런데 이런 것들을 현장에서 어떻게 말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시나리오도 중간에 현장에서 막 바뀌고."

내게는 이 모든 일련의 작업이 절실함처럼 다가온다. 실제로 김태희 감독은 이 작품을 기점으로 오래 알고 지내온 친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한번 정리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말한다.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 해보고 싶은 것들 대부분 해봤고, 그 과정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 많은 도움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라고. 하지만 이런 방식만을 반복하며 나아가고 싶지는 않다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의 정리다. 정리하고 묻고 지우기 위해서가 아닌 더 잘 매만지기 위한 행위.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의 반동(反動)과 같은 작업. 흡족할 만큼의 환경이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잘 시도되지 않는 장르에 도전하기까지 굳이 지금, 이 영화 <룩킹포>를 만들어야 했던 진짜 이유가 여기에 있다.

04.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하늘에서 떨어진 별인 줄 알았어요
소원을 들어주는 작은 별

몰랐어요 난 내가 개똥벌레란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빛날 테니까

삽입곡 '나는 반딧불' – 중식이 밴드

굳이 특정하자면, 이 영화는 뮤지컬 장르의 하위 장르에 해당하는 '주크박스 뮤지컬'에 속한다. 대중음악을 주요 소재로 이야기를 완성해 낸 작품을 말한다. 최근에는 염정아, 류승룡 배우가 주연을 맡아 출연했던 <인생은 아름다워>(2022)가 있었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이, 이 작품에서는 스스로를 '촌스락(촌스러운 락)'이라는 장르로 정의하는 '중식이 밴드'의 음악이 중심이 된다. 현실적이고 솔직한 가사로 채워진 밴드의 음악은 이 작품의 또 다른 정체성이다.

극 중 감독의 영화에서 단역으로 출연했던 무명 연기자들의 꿈이 그려지는 지점에서 흘러나오는 '나는 반딧불'은 인물이 놓인 현실과 음악의 가사가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대표적인 곡이다. 스스로에게 지나친 기대를 가지고 살아가다 무력감을 느낀 이들이 새로운 가치를 세우고 다시 나아가겠노라 다짐하는 노래다. 이 곡에 한 번 더 눈길이 가는 것은, 어느 한쪽의 입장만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서다. 문화와 예술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이들 모두의 이야기. 지금 자신의 완성된 작품이 담긴 하드디스크를 찾아 헤매는 감독 역시 여기에 놓인다.

그 외에도 영화와 함께 호흡하는 곡들은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다. 이야기의 또 다른 한 축으로 존재하는 'Rock으로 우주 정복'의 내러티브에서 직접 출연하는 중식이 밴드의 모습 또한 만나볼 수 있으니, 픽션과 논픽션 사이의 어딘가에서 관객들은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을 함께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영화 <룩킹포> 스틸컷ⓒ 스튜디오팔삼구
05.
거짓을 말하고 싶지는 않다. 이 영화, 대부분의 관객에게는 처음에 다소 거칠고 익숙하지 않게 느껴질 가능성이 있다. 우리가 그동안 흔히 경험해 왔던 장르 영화와는 분명히 결이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허들은 결코 높지 않다. 작은 문지방 하나를 넘기만 한다면, 이야기 속에 담긴 진심과 음악의 가사가 전달하는 솔직함이 함께 어우러지며 가슴을 뛰게 만들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중식이 밴드의 음악을 흥얼거리며 따라 부르고 있을지도 모르고, 영화 속 한 장면을 떠올리며 의미를 곱씹게 될지도 모른다.

영화의 타이틀인 '룩킹포(Looking for)'가 설명하고자 하는 것은 자신의 잃어버린 하드디스크를 찾아 헤매는 감독만을 의미하는 것은 분명 아니다. 극 중 모든 인물에게는 지금 당장 가지지 못했지만 찾고자 하는 것들이 모두 하나씩 주어져 있다. 어떤 것은 직접적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또 어떤 인물에게는 서브 텍스트만으로 주어지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김태희 감독이 찾고 있을 내일의 이야기가 다시 또 한 번 궁금해진다. 이 작품으로 자신의 시간을 매듭지은 그가 보여줄 다음은 무엇일까. 어쩐지 다음 작품 역시 우리가 잊고 지냈던 꿈과 잠시 미뤄둔 내일을 떠올리게 만들 것만 같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게 꼭 영화가 아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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