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메이크만 네 번째... '한국판' 내 자식 감싸기의 최후

리메이크만 네 번째... '한국판' 내 자식 감싸기의 최후

[리뷰] 영화 <보통의 가족> 영화 <보통의 가족> 스틸컷ⓒ ㈜하이브미디어코프, ㈜마인드마크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보통의 가족>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두 부부가 나온다. 이들은 아이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았다. 원리 원칙을 중요시하는 자상한 소아과 의사 재규(장동건)와 가사와 시부모 간병까지 완벽한 연상의 프리랜서 번역가 연경(김희애) 부부. 돈 되는 일이면 윤리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이성적인 변호사 재완(설경구), 재완의 트로피 와이프처럼 보이는 속내를 알 수 없는 젊은 새 아내 지수(수현)가 세 번의 저녁 식사 자리를 하며 민낯을 드러낸다.

네덜란드의 작가 헤르만 코흐의 소설 <더 디너>를 원작으로 한다. 자녀의 범죄 현장을 본 부모의 엇갈린 선택은 여러 차례 리메이크됐다. 본국 네덜란드(2013)를 비롯해 이탈리아(2014), 미국(2017) 그리고 한국이 네 번째다. 원작이 몇 번이고 리메이크되는 건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매력적이라는 뜻이다. 화제의 중심에 선 영화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스페셜 프리미어'에 공식 초청되며 다수의 관객과 만났다.

한국 멜로의 장인으로 불리며 사극, OTT 시리즈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도전하는 허진호 감독의 신작이다. 국내 내놓으라 하는 배우의 총출동으로 연기 차력쇼를 관전하는 앙상블이 백미다. 내 아이의 범죄를 인지한 네 사람은 정의라 믿는 신념과 자식을 지키려는 본능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한다. 사건을 접하고 당혹스러운 심정 이후 돈과 재력, 인맥을 총동원해 덮어버리려는 이중성, 이 또한 지나가리라며 묵인하는 외면, 진실을 밝혀야만 한다는 도리가 뒤엉킨다. 러닝타임 내내 '나였으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을 탐구하도록 한다.

리메이크만 네 번째, 한국적 요소 주안점

 영화 <보통의 가족> 스틸컷ⓒ ㈜하이브미디어코프, ㈜마인드마크
원작에서 중요하게 삼는 주제는 다양성과 인종 차별이었다. 다양한 영화, 소설을 비유하며 다음 상황을 예측하도록 유도하는 식이다. 반면, 한국은 부모 부양과 자식 교육이 중요한 낀 세대의 혼란을 접목해 각색했다. 양쪽 다 잘해야 하는 한국 중장년 세대를 조명하는 데 할애한다.

이런 현실적인 장치 덕분에 세대를 넘나드는 공감을 살 수 있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 밥상머리 교육의 중요성을 실감케 한다. 내 아이가 최고인 안하무인 부모, 그 부모 밑에서 오냐오냐 자란 자식의 인성 문제가 각종 SNS와 뉴스를 도배하는 사건·사고의 한 축이다.

또, 한국판에서는 부모의 직업을 사회적 위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직업으로 설정했다. 원작의 유명 정치인과 교사에서 변호사와 의사로 바꾸며 부모의 직업적 차이가 지닌 이른바 처세술도 조명한다. 이 덕분에 가진 게 많은 사람이 궁지에 몰렸을 때 이를 잃어버리지 않으려는 안간힘을 쓰다가 가족이 분열되는 과정이 극대화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재완의 재혼으로 입성한 지수라는 인물이다. 지수는 가족 중에 유일하게 사건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가졌다. 연경이 은근한 텃세를 부려도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는다. 비싸고 좋은 간장에 곁들여 먹으라는 복어회를 굳이 초고추장을 찍어 먹는 식이다. 누가 뭐라 해도 내 갈 길을 가겠다는 자존감이 높은 인물이다. 초반에는 어리숙해 보였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존재감이 커지며 오랜 편견을 무너트리는 트리거가 되어준다.

위신과 본능 사이 갈등 그려

 영화 <보통의 가족> 스틸컷ⓒ ㈜하이브미디어코프, ㈜마인드마크
영화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을 떠올리게 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나름의 이유로 불행하다'는 구절이다. 행복의 이면은 얇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걸 드러낸다. <보통의 가족>도 제목처럼 사회적 인간의 본질인 위신과 감출 수 없는 동물적 본능 사이를 심도 있게 들여다보며, 질문을 남긴다.

앞서 일어난 교통사고, 정확히는 보복 운전과 차량 살인 사건은 본격적인 가족 내 사건을 접하기 전 몰입을 높인다. 이 과정에서 선입견을 무너트리는 형제의 상반된 선택은 어두운 결말을 초래한다. 겉으로는 선해 보이는 사람이 죄를 지었을 수도 있고, 나빠 보이는 사람이 선의를 베풀 수 있는 아이러니함이 극대화된다.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노숙자 폭행 사건의 가해자이기도 한 복잡한 관계성은 현대인의 숙명 같아 씁쓸함이 커진다.

폭력의 뒤틀린 해소는 최근 묻지 마 범죄, 연쇄살인 등으로 대변되는 사회현상을 떠올리는 데 일조한다. '자식 일에 눈감는 부모는 없다'는 명제대로 네 사람의 각기 다른 민낯이 드러난다. 생명을 살리는 일은 무조건 옳다고 믿는 신망 높은 소아과 의사 재규는 사건 이후 조금씩 무너져 내린다. 가족을 지키려는 아내 연경의 선택이 옳지 못하다는 걸 알지만 딱 잘라 거절할 수 없어 위태로워진다.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를 맞이하는 재규로 분한 장동건의 연기가 섬뜩함을 넘어 충격으로 다가온다.

설경구, 김희애가 펼치는 안정적인 연기는 전반적인 집중력을 끌어올린다.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다 한국에서 처음 스크린 데뷔한 수현은 깊은 연기를 선보인다. 영화 초반과 다르게 성장하는 캐릭터라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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