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독일에서 가장 주목받은 영화는 마티아스 글라스너 감독의 <다잉>이다. 글라스너 감독은 이 작품으로 <자유의지>(2006), <메르시>(2015)에 이어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해 각본상을 수상했다. <다잉>은 지난 5월 열린 독일영화상에서도 17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을 포함해 6관왕을 차지했다.
<다잉>은 서로 데면데면한 가족의 삶을 각 가족 구성원의 시각으로 구획해 선보인다. 5장 구성의 영화의 세 챕터는 엄마 리시(코린나 하르포우츠), 아들 톰(라르스 아이딩거), 딸 엘렌(릴리트 스탕겐베르크)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영화는 일상을 사는 리시의 고투로 시작한다. 아버지 게르트는 치매로 요양원에 입원해 있고, 어머니 리시는 당뇨와 암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육체와 정신이 무너져가는 노부부의 삶을 비추던 카메라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톰과 치과기공사인 엘렌의 일상을 비춘다. 톰은 육아, 직업, 여자 친구와의 문제로 고민이 깊다. 엘렌은 삶에서 느끼는 공허와 방황을 알코올중독과 불륜으로 해결한다. 이어 <다잉>은 남은 두 챕터에서 예술과 죽음 같은 묵직한 주제를 다루며 관객에게 실존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다잉>은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다. 독일의 국민 배우라 칭할 법한 코린나 하르포우츠와 라르스 아이딩어는 평생 반목과 몰이해로 서로의 삶을 채운 구제불능의 모자관계를 연기로 구현한다. 이중 아이딩어의 연기가 특히 돋보이는 이유는 그가 분한 주인공 톰이 감독 마티아스 글라스너의 분신이기 때문이다. 글라스너는 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영화의 어떤 장면은 실제 내 삶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밝히며 <다잉>의 일부엔 자서전적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고백했다. 영화의 각본은 음울한 내러티브 속에 이따금씩 유머를 개입해 감각을 더하고, 패치워크 패밀리(가족의 형태를 비혈연까지 확장한 관계.-편집자) 등 현재 독일 사회를 지배하는 여러 이슈를 이야기에 반영하며 작품을 동시대적 산물로 끌어올린다. 독일 언론은 <다잉>을 두고 “불편한 것을 드러내며 지나치게 선을 넘는 가족드라마”(<슈피겔>), “극악무도하면서도 곧 바스러질 듯한 불안한 유머의 총집합”(<에데페 필름>)이라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