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은 “한예종 여신? 인기는 많았어요”[인터뷰]

김고은 “한예종 여신? 인기는 많았어요”[인터뷰]

배우 김고은,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배우 김고은이 코를 찡긋거리며 웃는다. ‘한예종 여신이지 않았냐’는 질문에 눈동자 가득 애교를 싣고 고개를 가로젓는다.

“‘한예종 여신’은 아니에요. 저 학교 다닐 땐 그런 단어가 없었고, 쓰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인기 많은 건 인지를 했죠. 어떡해, 인지할 수밖에 없는 걸요? 하하하.”

김고은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만난 자리에서 신작 ‘대도시의 사랑법’(감독 이언희)으로 돌아오는 소감과 작품에 대한 애정, 자신의 20대 시절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배우 김고은,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낯 가리는 노상현, 클럽 다니면서 친해졌죠”

‘대도시의 사랑법’은 눈치보는 법이 없는 자유로운 영혼의 재희(김고은)와 세상과 거리두는 법에 익숙한 흥수(노상현)가 동거동락하며 펼치는 그들만의 사랑법을 그린 영화다. 김고은은 사랑과 연애에 자유로운 재희 역을 맡아 ‘파묘’와는 또 다른 발랄한 얼굴을 보여준다.

“노상현은 낯을 엄청 가리는 사람이에요. 하지만 생각보다 빨리 친해졌죠. 촬영 전 술자리도 많이 가졌고, 클럽도 2-3군데 다니면서 춤도 같이 췄거든요. 초면에 춤추는 것도 다 봤는데 다음에 다시 만났을 때 낯 가리면 그게 더 웃기잖아요? 그래서 노상현이 다음에 다시 낯을 가리려고 하면 ‘이러면 안 돼. 우리 둘다 춤추는 것까지 봤고, 되돌아가기엔 우리가 너무 멀리 왔어’라고 설득했죠. 하하.”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김고은(왼쪽)과 노상현,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이 작품이 개봉하기까지 김고은의 공도 컸다. 작품 제작이 결정되고 출연 제안을 받은 뒤 일정에 차질이 빚어져 2년여 더 늘어질 때 김고은은 이 작품을 위해 묵묵히 기다려준 것이다. 그 때문에 이언희 감독은 김고은을 두고 ‘나의 천사’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본을 봤을 때 재밌다고 후루룩 읽힌 터라 이게 제작이 안 된다면 너무 아쉽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마냥 기다린 건 아니고 그 사이 ‘유미의 세포들’ ‘작은아씨들’ ‘파묘’까지 작품을 연달아했기 때문에, 이 작품이 꼭 제작되길 바라기만 했죠. 감독과 제작자가 고군분투했던 거고요. 아마도 제가 발을 빼지 않아서 천사라고 한 것 같아요.”

작품이 공개된 뒤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기분이 좋다는 그다.

“원작 소설 작가인 박상영 작가도 굉장히 뿌듯해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어요. 시사회 뒷풀이 현장에서도 다른 감독님들이 많이 왔는데 ‘이언희 감독이 정말 잘 한다’고들 칭찬해서 그게 무엇보다도 더 기뻤고요. 흥행은 늘 부담되는 단어지만, 극장에 최대한 길게 걸려있었으면 좋겠어요.”

배우 김고은,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저의 사랑법? ‘금사빠’는 아니에요”

극 중 재희는 자신을 사랑해준다는 느낌만 받으면 직진하는 ‘연애 불나방’이다.

“저도 그 부분이 좀 아쉬워요. ‘재희’는 남자보는 눈을 키워야 할 것 같아요. 자존감이 낮아서 그걸 감추기 위해 겉으로 포장하는 것 같은데요. 사랑받지 못해 생긴 결핍을 연애로 채우려고 하니 20대에 그렇게 큰 성장통을 겪은 거겠죠.”

자신의 사랑법을 묻자 ‘재희와는 다르다’고 싹 선을 긋는다.

“전 오래 봐야 해요.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인데요.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사람을 좋아하죠. 제가 장난도 잘 칠 수 있어야 하고, 편할 때 나오는 제 본연의 모습들이 나와야지만 관계가 진전될 수 있어요. 그래서 그런가, 미팅이나 소개팅은 해본 적도 없어요.”

배우 김고은,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20대 시절을 떠올려보라고 하니 또 한 번 찡긋 웃는다.

“전 모범적이었는데요. 열심히 살려고 했고, ‘재희’만큼 놀지도 못했어요. 할머니랑 살고 있었고 겁도 많은 터라 클럽을 막 다니거나 놀지 못했거든요. 아, 그런 적은 있어요. 20대 때 강남역 부근에 살았는데 거기 클럽이 많잖아요? 학교 가려고 아침 7시에 나오면 클럽에서 막판까지 놀던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나오거든요. 그럼 부딪히지 않으려고 늘 땅만 보고 걸었어요. 그 사람들한테 치이지 않으려고요. 그래서 그런지 클럽을 가야겠다는 생각도 딱히 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극 중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느냐고 물었다.

“‘흥수’가 ‘재희’에게 성소수자인 걸 들킨 뒤 ‘내 약점 잡아서 신났냐’고 했을 때, ‘재희’가 그러잖아요. 네가 너인게 어떻게 니 약점이 될 수 있어? 정말 좋아하는 대사예요. 그 말이 곧 제 자신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고, 누군가 저에게 해줬으면 했는데 못 들어본 말이기도 하고요. 울림이 있었어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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