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독특한 캐릭터 설정에 빈틈없이 촘촘한 구성, 광기의 열연이 만나 명품 스릴러 영화를 완성시켰다. 러닝타임 102분이 순식간에 흐른다. 배우 변요한, 신혜선 주연의 영화 '그녀가 죽었다'다.
영화 '그녀가 죽었다'는 신예 김세휘 감독의 입봉작이다. 2021년 상반기 일찌감치 촬영을 마쳤으나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3년에 흐른 뒤에야 관객을 만나게 됐다. 짧지 않은 시간 묵혔지만, '창고 영화'의 느낌은 없다. 참신한 소재를 골랐기 때문이다.
영화에는 독특한 두 남녀 주인공이 등장한다. 변요한이 연기한 '구정태'는 훔쳐보기가 취미인 공인중개사이며, 신혜선이 맡은 '한소라'는 SNS 인플루언서다. SNS 소통이 주가 된 세상에서 발생하는 관음, 염탐, 관종의 문제를 스크린으로 가져왔다.
영화는 독특한 구성을 취한다. 작품명에서부터 알 수 있듯, 타이틀롤을 맡은 여주인공이 죽는다. 하지만 여기에 담긴 비밀과 반전이 영화가 반환점을 돌면서부터 본격적으로 펼쳐져 제목만으로는 어떤 전개가 펼쳐질지 쉽사리 유추할 수 없다.
작품 전반부에서는 구정태가 자신의 기이한 행동을 합리화하며 왜 그런 행동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독백으로 관객에게 전한다. 후반부에는 한소라가 자신의 숨겨진 비밀을 독백으로 풀어내며 반전을 선사한다.
하나의 상황이지만, 남녀 주인공 각자의 시선에서 상황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전개로 마치 두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신선한 경험을 선사한다. 누구의 시선으로 풀어내느냐에 따라 미묘하게 달리한 배우들의 감정선이 놀랍다.
내레이션은 각 캐릭터의 특징이 관객들에게 보다 와닿게 만든다. 구정태는 좀 더 관객에게 친근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거는 스타일이라면, 한소라는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느낌으로 내레이션이 정리됐다.
두 남녀 캐릭터는 모두 비정상, 비호감의 범주에 있다. 감독은 주제의식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 극단의 성향을 가진 인물을 주인공으로 선정했다고 밝혔고, 배우들 역시 감정적으로 동화되지 않았고 공감도 되지 않았다며 캐릭터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한소라처럼 SNS 상에서 다수에게 관심받고 싶어 하는 SNS 중독 성향, 특히 실생활과 다르게 SNS에 자신을 더 잘 꾸미고 포장하고자 하는 노력은 현대인이라면 경험해봤거나 주변에서 흔히 본 심리라 공감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구정태와 한소라가 후반부로 갈수록 더 팽팽하게 대치하고, 격한 몸싸움까지 벌이는 장면들은 스펙터클하고, 스릴러 영화로서의 재미가 충분하다. 단, 영화 말미 기다렸다는 듯 경찰이 출동하고 급히 마무리가 되는 느낌이 있어 다소 작위적이다.
영화는 오는 15일 극장 개봉한다. 감독 김세휘, 출연 변요한·신혜선·이엘 등. 러닝타임 102분.
[사진제공 = ㈜콘텐츠지오, ㈜아티스트스튜디오, ㈜무빙픽쳐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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