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하류 생태계를 호기롭고 절묘하게 엮어낸다, <페이퍼맨>

[리뷰] 하류 생태계를 호기롭고 절묘하게 엮어낸다, <페이퍼맨>



허름한 집에서 강제 퇴거당한 인목(곽진)은 한때 잘나가던 레슬링 금메달리스트였다. 정처 없이 떠돌던 그는 굴다리 밑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인목은 먹고살기 위해 폐지를 줍지만 동종업계 노인들의 저항에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끝내 자신만의 시스템으로 노인들의 폐지를 빼앗는 데 성공한 그는 굴다리 아래 종이 왕국을 점점 넓혀간다. 모든 일이 술술 풀리려던 찰나, 폐지 가격 상승에 눈먼 이들이 조직적으로 활개를 친다.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인목은 이제 주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싸움에 돌입한다. 영화는 노골적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없는 대한민국 사회를 가리킨다. 하지만 대놓고 우화를 자처하는 모습이 밉지 않다. 선악 구도를 비틀어 등장인물 각각의 사연을 절묘하게 엮어낸 각본이 그 비결이다. 자칫 무모할 수 있었던 연출 포인트들이 영화가 추구하는 유쾌함과 어우러지며 호기롭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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