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순간 '아' 하는 그 영화 음악 만든 사람

듣는 순간 '아' 하는 그 영화 음악 만든 사람

[리뷰] 영화 <거장 존 윌리엄스>*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타워즈>와 <인디아나 존스> 프랜차이즈를 만든 조지 루카스 감독은 "영화에서 사운드가 차지하는 부분은 50% 이상"이라고 이야기한다. 그가 언급한 사운드는 영상물의 생생함을 살리기 위해 영상에 더해지는 대사 이외의 소리를 의미하는 '음향 효과'뿐만 아니라 영상에 어울리는 기존의 곡을 사용하거나 영상의 스토리를 반영해 새롭게 만든 창작곡을 뜻하는 '영화 음악'을 모두 포함한다.

과거 조지 루카스는 영화 음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존 윌리엄스의 음악이 없으면 더 이상 <스타워즈>가 아니죠"라고 말했다.

영화 음악의 대명사

 <거장 존 윌리엄스>의 한 장면ⓒ 디즈니플러스
존 윌리엄스는 영화 음악의 대명사다. 현대 영화 음악사엔 엘머 번스타인, 헨리 맨시니, 엔니오 모리코네, 버나드 허먼, 알프레드 뉴먼, 니노 로타, 모리스 자르, 제리 골드스미스, 제임스 호너, 한스 짐머 등이 이름을 남겼거나 남기는 중이다. 하지만 존 윌리엄스보다 유명한 인물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아카데미 영화음악상 후보에 54차례 올라 <지붕 위의 바이올린>(1971), <죠스>(1975), < 스타워즈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 >(1977), <이티>(1982), <쉰들러 리스트>(1993)로 5회 수상한 살아 있는 전설이다.

존 월리엄스의 음악은 영화를 떠올리기만 해도 머릿속에서 바로 재생된다. <죠스>에서 상어가 다가오는 순간, <스타워즈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의 오프닝, <미지와의 조우>(1977)에서 외계 존재와 교감하는 대목, <이티>에서 자전거가 하늘로 날아가는 때, <쥬라기 공원>(1993)에서 공룡들이 등장하는 장면을 떠올려보라. 이 외에도 <슈퍼맨>(1978), <레이더스>(1981), <나 홀로 집에>(1990),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2001)에서도 음악의 마법을 부려 관객에게 한층 벅찬 감정을 안겨주었다.

이처럼 존 윌리엄스는 영화 역사상 기억에 남는 멜로디를 가장 많이 만들었다. <슈퍼맨> 시리즈에서 클락 켄트·슈퍼맨으로 분한 배우 크리스토퍼 리브는 "전 존 윌리엄스에게 엄청난 신세를 졌습니다. 그의 음악이 없었다면 슈퍼맨의 힘은 약해질 테니까요"라며 존 윌리엄스의 음악에 감사를 표한 바 있다.

로랑 부즈로 감독이 연출을 맡은 다큐멘터리 영화 <거장 존 윌리엄스>는 제목 그대로 존 윌리엄스의 삶과 경력, 그의 영화적 유산과 문화에 끼친 영향을 다각도로 탐구한다. 존 윌리엄스의 입을 통해 들려주는 젊은 시절의 회고에서 눈길을 끄는 건 원래 재즈 연주자로 활동을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우연한 기회로 인해 영화와 TV에서 음악을 만들게 되었지만, 재즈를 향한 사랑은 식지 않아 < 스타워즈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 >의 술집 '칸티나'에서 나온 재즈 음악과 <캐치 미 이프 유 캔>(2002)의 테마곡을 통해 고스란히 `나타났다. 색소폰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브랜포드 마살리스는 "듣자마자 진짜 재즈란 걸 느꼈다"라고 고백한다.

<거장 존 윌리엄스>엔 존 윌리엄스와 함께 작업한 감독(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루카스, 론 하워드, J.J 에이브럼스, 크리스 콜럼버스, 제임스 맨골드), 제작자(캐슬린 케네디, 프랭크 마샬), 영화 음악 작곡가(앨런 실베스트리, 토머스 뉴먼), 음악가(요요마, 브랜포드 마살리스, 이츠하크 펄먼, 앤-소피 무터, 크리스 마틴), 배우(키 호이 콴, 케이트 캡쇼), 업계 종사자(세스 맥팔레인), 가족들이 나와 다양한 의견을 들려준다. 물론, 존 윌리엄스 본인도 90세가 넘는 고령임에도 활기찬 목소리로 음악에서 중요시하는 것, 전자음악에 관한 생각, 속편에 적극 참여하는 이유, 감독과 협업하는 방식, 변함없이 종이와 펜으로 작업하는 까닭 등을 친절히 들려준다.

역대 최고의 영화 음악 작곡가

 <거장 존 윌리엄스>의 한 장면ⓒ 디즈니플러스
인터뷰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다. 존 윌리엄스가 참여한 영화 <리버스>(1969)의 음악에 매료되었던 22살의 청년 스티븐 스필버그는 첫 장편 영화를 찍을 때 반드시 존 윌리엄스에게 작곡을 맡기겠다고 결심했다고 기억한다. 이후 두 사람은 <슈가랜드 특급>(1974)을 시작으로 <더 파벨만스>까지 25편을 함께 작업하며 유대 관계를 쌓았다.

영화 속에서 두 사람은 <죠스>, <미지와의 조우>, <이티>, <쉰들러 리스트>의 영화 음악을 만들어진 과정과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또한, <죠스>와 <인디아나 존스-최후의 성전>(1989)의 장면을 가져와 영화 음악의 유무에 따라 관객에게 감정의 무게가 얼마나 다르게 전달되는지를 비교한다. 영상과 소리의 관계를 이해한 존 윌리엄스에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지금까지 인간이 경험한 것 중에 가장 순수한 형태의 예술이에요"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존 윌리엄스는 영화 음악을 '엉터리 예술', '저급 예술'로 취급하던 편견도 깼다. 1980년 존 윌리엄스는 보스턴 팝스 관현악단의 지휘를 맡게 되었지만, 엔터테인먼트 음악에 비판적인 태도로 영화 음악 연주를 탐탁잖게 여기던 일부 단원의 거센 저항을 받았다. 그는 음악을 영화 음악, 콘서트 음악, 바로크 음악, 현대 음악 등으로 구분하지 않고 좋은 음악과 나쁜 음악만이 존재한다는 믿음으로 임해 단원들의 지지를 끌어냈다. 그리고 1980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열리는 존 윌리엄스 지휘의 관현악단 공연은 여전히 성황을 이루고 있다.

<거장 존 윌리엄스>는 여러 세대에 걸쳐 감동을 주었고 문화적 DNA를 깊숙이 새긴 존 윌리엄스의 음악을 기리는 헌정과 다름이 없다. 존 윌리엄스가 왜 역대 최고의 영화 음악 작곡가인지를 상기시켜 주고 그가 참여했던 영화가 관객에게 주었던 크고 작은 감동을 되살려준다. 영화를 좋아한다면, 음악을 좋아한다면, 무엇보다 영화 음악을 좋아한다면 꼭 보시길 추천한다. 현재 디즈니플러스에서 서비스 중이다.

영술랭 가이드 별점: ★★(시간 내서 볼만하다)

 영화 <거장 존 윌리엄스> 포스터ⓒ 디즈니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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