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여전히 충만한 감각과 열정으로 속편의 미학을 실천한 거장의 반가운 귀환. 막강한 스케일, 매혹적 스펙타클, 진화한 액션으로 세대교체를 훌륭히 실천한 검투사 영웅의 대서사시. 24년의 기다림이 아깝지 않은 영화 ‘글래디에이터2’(감독 리들리 스콧)다.
13일 전 세계 최초 한국 개봉을 앞둔 영화 ‘글래디에이터2’는 ‘막시무스’의 죽음으로부터 20여 년 후, 콜로세움에서 로마의 운명을 건 결투를 벌이게 된 ‘루시우스’(폴 메스칼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러셀 크로우, 호아킨 피닉스가 주연을 맡아 당대 최고의 흥행작 중 하나로 꼽히는 2000년 개봉작 ‘글래디에이터’ 이후 24년 만에 돌아온 속편이다. ‘글래디에이터2’는 전편에 이어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을 맡고 현재 할리우드에서 주목받는 강력한 새 얼굴들의 합류로 기대를 모았다. 동시에, 20여 년간 충실히 축적해온 영화적 경험들로 기대치와 안목이 높아진 대중의 잣대를 속편이 충족할 수 있을지 우려도 존재했다.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글래디에이터2’는 걱정을 말끔히 씻고 속편의 미덕을 충실히 보여준다. 2편은 막시무스(러셀 크로우 분)가 죽고 20년이 흘러 타락과 쇠락의 길에 빠진 로마의 모습을 배경으로 한다. 삶의 끝까지 평등한 시민의 나라를 꿈꿨던 막시무스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로마는 쌍둥이 카라칼라 황제의 폭정에 잔뜩 병들어 있었다. 쌍둥이 황제는 굶주린 백성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정복 전쟁과 사치, 탐욕적인 살생과 오락으로 허영심을 채우기 급급하다.
이와 같은 배경 속 마을을 습격한 로마군에 의해 사랑하는 아내와 마을을 잃고 노예가 된 하노(폴 메스칼 분)가 마크리누스(덴젤 워싱턴 분)의 눈에 들어 검투사가 된 후 콜로세움 원형 경기장에 서며 겪는 일들과 출생의 비밀 등이 이야기의 주된 서사를 이루고 있다.
주인공과 악역의 캐릭터성, 이들이 놓인 환경 등은 대체로 전편과 비슷해 전형적인 느낌을 준다. 그러나 그 모든 결점을 덮을 만큼 화려해진 스케일과 폭발적인 에너지, 액션이 영화의 체험적 요소를 충실히 채우며 러닝타임 150분을 스피디하게 견인한다. 영화의 연출이 87세 노장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감각과 속도감, 열정이다. 숏폼 형태의 영상물에 익숙해지고, 더 새로운 자극을 찾는 젊은 세대 관객까지 포섭하려 노력한 거장의 고민이 곳곳에 느껴진다.
헐겁지 않은 전편과의 서사 연결성도 눈에 띈다. ‘글래디에이터2’에서는 1편에서 악역인 독재자 콤모두스(호아킨 피닉스 분)의 누이로 등장한 루실라(코니 닐센 분)가 다시 등장한다. ‘루실라’를 매개로 하노(루시우스)와 루실라, 루실라와 막시무스, 하노와 막시무스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풀어나간다. 이 과정에서 1편 속 장면들도 적절히 배치하고 교차함으로써 전편을 감상한 관객들에게는 향수를, 보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전편까지 관람해보고 싶은 호기심을 유발한다.
특히 막대한 제작비로 전편보다 훨씬 커진 스케일을 담보하는 만큼, 더욱 현실감 넘치며 다양해진 액션 시퀀스가 압권이다. 15세 이용가였던 전편과 다르게, ‘글래디에이터2’가 희생을 감수하고 수위를 높여 청소년관람불가등급을 내건 취지에 납득이 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전편처럼 콜로세움 원형 경기장이 대결 장소이지만, 하노와 대적하는 상대들은 물론 그들과 대결하는 방식들도 다채롭다. 무차별적으로 사람을 물어뜯는 야생 살인 원숭이들과의 대결을 시작으로, 코뿔소에 탄 검투사에 맞서고, 배에 탑승한 채 해전을 소화하는 과정까지. 분노와 전투력, 지성을 동시에 탑재한 주인공 하노가 깡과 다양한 기지로 기상천외한 대결와 위협들에서 살아남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검을 맞댄 모든 순간들이 하이라이트이지만, 그중에서도 백미는 콜로세움에 물을 채워 ‘살라미스 해전’을 재현한 선상 대결을 꼽을 수 있다. 백성들의 고통을 들여다보지 않고 자신의 쾌락과 재미를 위해선 어떤 것도 불사하는 카라칼라 황제들의 광기와 무자비함, 2편의 스케일과 스펙타클을 오롯이 체험할 수 있는 장면이다. 물 안에 식인 상어까지 배치해 손에 땀을 쥐는 긴장을 유발한다. 병든 로마의 피 냄새가 스크린 밖까지 진동하는 듯한 사실감 있는 묘사도 빛났다. 이후 수많은 혈투를 거쳐 하노가 자신의 아내를 죽게 한 원수인 로마 장군 아키리우스(페드로 파스칼 분)와 경기장에 맞서는 순간은 장엄함과 엄숙함을 안긴다.
다만 다소 평면적이며 전형적인 캐릭터들이 아쉬움으로 작용한다. 악역 대부분이 하노의 시련과 혈투, 복수를 위해 단순히 동원된 기능적 캐릭터들에 그쳐 매력이 떨어진다. 쌍둥이 황제는 로마를 쥐고 흔들었지만 하노가 극복할 큰 시련이라기엔 전략도, 지능도, 카리스마도 부족해보인다. 하노와 검투사 계약을 맺은 또 다른 주요 인물 마크리누스가 그나마 카리스마와 존재감, 상대를 장악할 수 있는 섬뜩함도 겸비한 인물이나 후반부로 갈수록 현실감과 멀어지는 인상을 준다.
하노의 출생의 비밀이 풀린 이후부터 전반적으로 서사와 액션 등 전반적 스토리에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하노가 탄탄한 몸과 전투력, 카리스마로 훌륭히 주인공의 몫을 수행하지만, 복수의 화신 그 자체였던 전편 막시무스의 카리스마를 뛰어넘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그럼에도 적절한 연결고리로 1편의 떡밥까지 적절히 회수한 서사, 다양한 시도들로 체험과 오락으로서 영화의 미덕을 충분히 실천했다는 점에서 속편에 필요한 ‘도전’과 ‘계승’의 가치를 충분히 실천한 작품이라 평할 수 있다. 폴 메스칼과 페드로 파스칼, 덴젤 워싱턴 등 배우들의 열연도 손색이 없다.
13일 개봉. 148분. 청소년관람불가.
13일 전 세계 최초 한국 개봉을 앞둔 영화 ‘글래디에이터2’는 ‘막시무스’의 죽음으로부터 20여 년 후, 콜로세움에서 로마의 운명을 건 결투를 벌이게 된 ‘루시우스’(폴 메스칼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러셀 크로우, 호아킨 피닉스가 주연을 맡아 당대 최고의 흥행작 중 하나로 꼽히는 2000년 개봉작 ‘글래디에이터’ 이후 24년 만에 돌아온 속편이다. ‘글래디에이터2’는 전편에 이어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을 맡고 현재 할리우드에서 주목받는 강력한 새 얼굴들의 합류로 기대를 모았다. 동시에, 20여 년간 충실히 축적해온 영화적 경험들로 기대치와 안목이 높아진 대중의 잣대를 속편이 충족할 수 있을지 우려도 존재했다.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글래디에이터2’는 걱정을 말끔히 씻고 속편의 미덕을 충실히 보여준다. 2편은 막시무스(러셀 크로우 분)가 죽고 20년이 흘러 타락과 쇠락의 길에 빠진 로마의 모습을 배경으로 한다. 삶의 끝까지 평등한 시민의 나라를 꿈꿨던 막시무스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로마는 쌍둥이 카라칼라 황제의 폭정에 잔뜩 병들어 있었다. 쌍둥이 황제는 굶주린 백성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정복 전쟁과 사치, 탐욕적인 살생과 오락으로 허영심을 채우기 급급하다.
이와 같은 배경 속 마을을 습격한 로마군에 의해 사랑하는 아내와 마을을 잃고 노예가 된 하노(폴 메스칼 분)가 마크리누스(덴젤 워싱턴 분)의 눈에 들어 검투사가 된 후 콜로세움 원형 경기장에 서며 겪는 일들과 출생의 비밀 등이 이야기의 주된 서사를 이루고 있다.
주인공과 악역의 캐릭터성, 이들이 놓인 환경 등은 대체로 전편과 비슷해 전형적인 느낌을 준다. 그러나 그 모든 결점을 덮을 만큼 화려해진 스케일과 폭발적인 에너지, 액션이 영화의 체험적 요소를 충실히 채우며 러닝타임 150분을 스피디하게 견인한다. 영화의 연출이 87세 노장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감각과 속도감, 열정이다. 숏폼 형태의 영상물에 익숙해지고, 더 새로운 자극을 찾는 젊은 세대 관객까지 포섭하려 노력한 거장의 고민이 곳곳에 느껴진다.
헐겁지 않은 전편과의 서사 연결성도 눈에 띈다. ‘글래디에이터2’에서는 1편에서 악역인 독재자 콤모두스(호아킨 피닉스 분)의 누이로 등장한 루실라(코니 닐센 분)가 다시 등장한다. ‘루실라’를 매개로 하노(루시우스)와 루실라, 루실라와 막시무스, 하노와 막시무스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풀어나간다. 이 과정에서 1편 속 장면들도 적절히 배치하고 교차함으로써 전편을 감상한 관객들에게는 향수를, 보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전편까지 관람해보고 싶은 호기심을 유발한다.
특히 막대한 제작비로 전편보다 훨씬 커진 스케일을 담보하는 만큼, 더욱 현실감 넘치며 다양해진 액션 시퀀스가 압권이다. 15세 이용가였던 전편과 다르게, ‘글래디에이터2’가 희생을 감수하고 수위를 높여 청소년관람불가등급을 내건 취지에 납득이 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전편처럼 콜로세움 원형 경기장이 대결 장소이지만, 하노와 대적하는 상대들은 물론 그들과 대결하는 방식들도 다채롭다. 무차별적으로 사람을 물어뜯는 야생 살인 원숭이들과의 대결을 시작으로, 코뿔소에 탄 검투사에 맞서고, 배에 탑승한 채 해전을 소화하는 과정까지. 분노와 전투력, 지성을 동시에 탑재한 주인공 하노가 깡과 다양한 기지로 기상천외한 대결와 위협들에서 살아남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검을 맞댄 모든 순간들이 하이라이트이지만, 그중에서도 백미는 콜로세움에 물을 채워 ‘살라미스 해전’을 재현한 선상 대결을 꼽을 수 있다. 백성들의 고통을 들여다보지 않고 자신의 쾌락과 재미를 위해선 어떤 것도 불사하는 카라칼라 황제들의 광기와 무자비함, 2편의 스케일과 스펙타클을 오롯이 체험할 수 있는 장면이다. 물 안에 식인 상어까지 배치해 손에 땀을 쥐는 긴장을 유발한다. 병든 로마의 피 냄새가 스크린 밖까지 진동하는 듯한 사실감 있는 묘사도 빛났다. 이후 수많은 혈투를 거쳐 하노가 자신의 아내를 죽게 한 원수인 로마 장군 아키리우스(페드로 파스칼 분)와 경기장에 맞서는 순간은 장엄함과 엄숙함을 안긴다.
다만 다소 평면적이며 전형적인 캐릭터들이 아쉬움으로 작용한다. 악역 대부분이 하노의 시련과 혈투, 복수를 위해 단순히 동원된 기능적 캐릭터들에 그쳐 매력이 떨어진다. 쌍둥이 황제는 로마를 쥐고 흔들었지만 하노가 극복할 큰 시련이라기엔 전략도, 지능도, 카리스마도 부족해보인다. 하노와 검투사 계약을 맺은 또 다른 주요 인물 마크리누스가 그나마 카리스마와 존재감, 상대를 장악할 수 있는 섬뜩함도 겸비한 인물이나 후반부로 갈수록 현실감과 멀어지는 인상을 준다.
하노의 출생의 비밀이 풀린 이후부터 전반적으로 서사와 액션 등 전반적 스토리에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하노가 탄탄한 몸과 전투력, 카리스마로 훌륭히 주인공의 몫을 수행하지만, 복수의 화신 그 자체였던 전편 막시무스의 카리스마를 뛰어넘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그럼에도 적절한 연결고리로 1편의 떡밥까지 적절히 회수한 서사, 다양한 시도들로 체험과 오락으로서 영화의 미덕을 충분히 실천했다는 점에서 속편에 필요한 ‘도전’과 ‘계승’의 가치를 충분히 실천한 작품이라 평할 수 있다. 폴 메스칼과 페드로 파스칼, 덴젤 워싱턴 등 배우들의 열연도 손색이 없다.
13일 개봉. 148분. 청소년관람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