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들리 스콧 감독은 제작비를 쏟아부어 또 하나의 대작 역사극을 완성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24년 만의 속편… 내일 개봉 ‘글래디에이터2’
콜로세움 박진감있는 전투 여전
검투사 ‘루시우스’ 새 영웅 탄생
출생의 비밀 벗겨지는장면 뻔해
세트 등 제작비 4310억원 투입
로마제국 건축·의상 생생히 구현
황제·근위대장 역사왜곡 아쉬워
리들리 스콧 감독의 ‘글래디에이터’가 24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왔다. 로마 제국을 재현한 압도적 비주얼과 콜로세움에서의 박진감 있는 전투는 여전하지만, 어딘가 허전하다. 강력한 존재감의 1편 주인공 ‘막시무스’(러셀 크로)가 나오지 않기 때문. 그런데 막시무스만 없다뿐이지 복수심에 불타는 주인공, 지질하고 타락한 황제, 콜로세움에서 이뤄지는 심판과 로마 제국의 회복에 대한 염원 등 주요 서사는 똑같다. 게다가 막시무스에 대한 추억을 되새기며, 노골적으로 전편의 영광에 기댄다. 요컨대 ‘글래디에이터2’(13일 개봉)는 막시무스 없는 막시무스 영화다.
황제 콤모두스를 콜로세움에서 죽인 영웅 막시무스가 죽은 지 20년이 흐른 후, 로마는 정신 못 차리고 더 혼탁해졌다. 영토는 광대해졌지만, 정신적으론 타락한 ‘병든 로마’에 아카시우스(페드로 파스칼) 장군과의 전투에서 패한 하노(폴 메스칼)가 사로잡힌다. 그는 검투사 운영업자 마크리누스(덴절 워싱턴)의 눈에 띄어 콜로세움에 입성한다. 실은 그가 막시무스와 루실라(코니 닐센) 공주 사이 혼외자 ‘루시우스’란 출생의 비밀이 벗겨지는 동시에 황제 카라칼라와 게타의 폭정은 갈수록 심해진다.
루시우스(폴 메스칼)는 아버지처럼 콜로세움에서 군중의 연호를 받는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글래디에이터2’는 요즘 영화답지 않은 선 굵은 대하 서사극과 낡은 영웅 스토리 사이에 위치해 있다.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주인공이 위기를 극복하며 로마의 새로운 영웅으로 탄생하는 이야기는 전자의 장점과 후자의 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1편에서 콜로세움의 군중이 ‘막시무스’를 연호했듯 2편의 군중들은 ‘루시우스’를 외친다.
영화 ‘애프터썬’(2023)에서 섬세한 연기력을 선보이며 일약 할리우드를 이끌 배우로 부상한 폴 메스칼은 블록버스터 역사극을 홀로 지탱하기 힘에 부친 듯 보인다. 콜로세움 전체가 꽉 차 보일 정도로 수컷의 강력한 카리스마를 내뿜었던 막시무스에 비해 루시우스는 반항적인 젊은이 느낌이 강하다. 이는 배우 본연의 매력 차이보다 캐릭터에게 부여된 서사가 다르기 때문이다. 어릴 적 버림받았다는 유년의 기억을 가진 루시우스의 분노는 제국의 후계자에서 하루아침에 노예 신세로 전락한 채 처자식마저 모두 잃은 막시무스의 억울함에 미치지 못한다. 막시무스의 전락을 관객이 목격하는 것과 달리 루시우스의 전사(前事)는 플래시백으로만 처리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딸 루실라의 ‘내가 네 엄마다’ 식 고백은 뻔하고 고루하단 인상을 준다. 루시우스는 아우렐리우스가 인정한 후계자인 막시무스와 아우렐리우스의 딸인 루실라 공주 사이의 자식으로서 현 황제보다 로마 제국의 적자였던 셈. 그는 할아버지 아우렐리우스 황제와 아버지 막시무스처럼 공화정의 회복을 통한 ‘로마 제국의 정상화’를 외친다.
검투사 사업가 마크리누스(덴절 워싱턴)는 새롭게 합류된 캐릭터 중 가장 눈에 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1편에 비해 돋보이는 지점은 마크리누스란 캐릭터다. 노예 출신의 검투사 사업가인 그는 뛰어난 수완을 바탕으로 황제의 신임을 얻는 제국의 최상위 권력층까지 오른다. 두둑한 배짱과 간교함을 갖춘 마크리누스는 후반부의 진짜 주인공이라 느껴질 정도. 덴절 워싱턴은 벌써 내년 아카데미시상식 남우조연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스콧 감독이 “로마의 냄새를 맡을 수 있을 정도”라고 자신했던 영화의 비주얼은 압도적이다. 실제 크기의 60%로 콜로세움 세트를 지중해 섬나라 몰타에 직접 지었다. 세트 안에 물을 채우고 배를 띄워 해전까지 구현했다. 시속 40마일로 달릴 수 있는 무게 2t의 코뿔소 장치도 실제로 만들었다. “촬영장에 들어설 때마다 세트에 압도돼 곧바로 로마 시민이 된 것 같았다”는 워싱턴의 말이 허언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제작비 3억1000만 달러(약 4310억 원)가 투입됐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화면에서 돈이 보인다”고 평했다.
로마 제국의 건축과 의상은 생생히 구현됐지만, 정작 실제 역사와는 다른 점이 많다. 병약한 이미지의 영화 속 카라칼라와 달리 실제 카라칼라 황제는 전쟁에서 공을 세울 정도로 군사적으론 뛰어났다. 흑인인 워싱턴이 연기한 마크리누스는 실제론 아랍계 베르베르인이었다. 그는 근위대장으로서 카라칼라를 죽이고 황제 자리까지 오르는 인물이다. 1편과 2편의 연결고리인 루실라는 사실 콤모두스와의 권력 투쟁 중 이미 죽었던 인물. 아들과 어머니의 조우는 실제론 불가능했던 셈이다.
■ 24년 만의 속편… 내일 개봉 ‘글래디에이터2’
콜로세움 박진감있는 전투 여전
검투사 ‘루시우스’ 새 영웅 탄생
출생의 비밀 벗겨지는장면 뻔해
세트 등 제작비 4310억원 투입
로마제국 건축·의상 생생히 구현
황제·근위대장 역사왜곡 아쉬워
리들리 스콧 감독의 ‘글래디에이터’가 24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왔다. 로마 제국을 재현한 압도적 비주얼과 콜로세움에서의 박진감 있는 전투는 여전하지만, 어딘가 허전하다. 강력한 존재감의 1편 주인공 ‘막시무스’(러셀 크로)가 나오지 않기 때문. 그런데 막시무스만 없다뿐이지 복수심에 불타는 주인공, 지질하고 타락한 황제, 콜로세움에서 이뤄지는 심판과 로마 제국의 회복에 대한 염원 등 주요 서사는 똑같다. 게다가 막시무스에 대한 추억을 되새기며, 노골적으로 전편의 영광에 기댄다. 요컨대 ‘글래디에이터2’(13일 개봉)는 막시무스 없는 막시무스 영화다.
황제 콤모두스를 콜로세움에서 죽인 영웅 막시무스가 죽은 지 20년이 흐른 후, 로마는 정신 못 차리고 더 혼탁해졌다. 영토는 광대해졌지만, 정신적으론 타락한 ‘병든 로마’에 아카시우스(페드로 파스칼) 장군과의 전투에서 패한 하노(폴 메스칼)가 사로잡힌다. 그는 검투사 운영업자 마크리누스(덴절 워싱턴)의 눈에 띄어 콜로세움에 입성한다. 실은 그가 막시무스와 루실라(코니 닐센) 공주 사이 혼외자 ‘루시우스’란 출생의 비밀이 벗겨지는 동시에 황제 카라칼라와 게타의 폭정은 갈수록 심해진다.
루시우스(폴 메스칼)는 아버지처럼 콜로세움에서 군중의 연호를 받는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글래디에이터2’는 요즘 영화답지 않은 선 굵은 대하 서사극과 낡은 영웅 스토리 사이에 위치해 있다.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주인공이 위기를 극복하며 로마의 새로운 영웅으로 탄생하는 이야기는 전자의 장점과 후자의 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1편에서 콜로세움의 군중이 ‘막시무스’를 연호했듯 2편의 군중들은 ‘루시우스’를 외친다.
영화 ‘애프터썬’(2023)에서 섬세한 연기력을 선보이며 일약 할리우드를 이끌 배우로 부상한 폴 메스칼은 블록버스터 역사극을 홀로 지탱하기 힘에 부친 듯 보인다. 콜로세움 전체가 꽉 차 보일 정도로 수컷의 강력한 카리스마를 내뿜었던 막시무스에 비해 루시우스는 반항적인 젊은이 느낌이 강하다. 이는 배우 본연의 매력 차이보다 캐릭터에게 부여된 서사가 다르기 때문이다. 어릴 적 버림받았다는 유년의 기억을 가진 루시우스의 분노는 제국의 후계자에서 하루아침에 노예 신세로 전락한 채 처자식마저 모두 잃은 막시무스의 억울함에 미치지 못한다. 막시무스의 전락을 관객이 목격하는 것과 달리 루시우스의 전사(前事)는 플래시백으로만 처리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딸 루실라의 ‘내가 네 엄마다’ 식 고백은 뻔하고 고루하단 인상을 준다. 루시우스는 아우렐리우스가 인정한 후계자인 막시무스와 아우렐리우스의 딸인 루실라 공주 사이의 자식으로서 현 황제보다 로마 제국의 적자였던 셈. 그는 할아버지 아우렐리우스 황제와 아버지 막시무스처럼 공화정의 회복을 통한 ‘로마 제국의 정상화’를 외친다.
검투사 사업가 마크리누스(덴절 워싱턴)는 새롭게 합류된 캐릭터 중 가장 눈에 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1편에 비해 돋보이는 지점은 마크리누스란 캐릭터다. 노예 출신의 검투사 사업가인 그는 뛰어난 수완을 바탕으로 황제의 신임을 얻는 제국의 최상위 권력층까지 오른다. 두둑한 배짱과 간교함을 갖춘 마크리누스는 후반부의 진짜 주인공이라 느껴질 정도. 덴절 워싱턴은 벌써 내년 아카데미시상식 남우조연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스콧 감독이 “로마의 냄새를 맡을 수 있을 정도”라고 자신했던 영화의 비주얼은 압도적이다. 실제 크기의 60%로 콜로세움 세트를 지중해 섬나라 몰타에 직접 지었다. 세트 안에 물을 채우고 배를 띄워 해전까지 구현했다. 시속 40마일로 달릴 수 있는 무게 2t의 코뿔소 장치도 실제로 만들었다. “촬영장에 들어설 때마다 세트에 압도돼 곧바로 로마 시민이 된 것 같았다”는 워싱턴의 말이 허언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제작비 3억1000만 달러(약 4310억 원)가 투입됐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화면에서 돈이 보인다”고 평했다.
로마 제국의 건축과 의상은 생생히 구현됐지만, 정작 실제 역사와는 다른 점이 많다. 병약한 이미지의 영화 속 카라칼라와 달리 실제 카라칼라 황제는 전쟁에서 공을 세울 정도로 군사적으론 뛰어났다. 흑인인 워싱턴이 연기한 마크리누스는 실제론 아랍계 베르베르인이었다. 그는 근위대장으로서 카라칼라를 죽이고 황제 자리까지 오르는 인물이다. 1편과 2편의 연결고리인 루실라는 사실 콤모두스와의 권력 투쟁 중 이미 죽었던 인물. 아들과 어머니의 조우는 실제론 불가능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