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디에이터Ⅱ' 덴젤 워싱턴, 악역의 품격

'글래디에이터Ⅱ' 덴젤 워싱턴, 악역의 품격

글래디에이터 Ⅱ 덴젤 워싱턴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주인공이 역경과 고난을 딛고 일어서는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은, 주인공만큼이나 악역이 중요하다. 악역이 강력하지 않으면 이야기는 그림자 없는 평면적인 세계에 머물다가 맥이 빠진 채로 맺음 해 버린다. 악역이 입체적일수록 극적 갈등이 팽배해지고, 악역이 못될수록 주인공이 근사해진다.

2000년 개봉했던 '글래디에이터'는 선역과 악역의 갈등 구조가 탁월했던 영화다. '글래디에이터'로 러셀 크로가 그해 최고의 영웅이 될 수 있던 건, 광기를 격렬하게 껴안은 호아킨 피닉스의 쫀쫀한 악인 연기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24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온 '글래디에이터Ⅱ'는 화면 질감, 전투 시퀀스, 출연배우(코니 닐슨(루실라 공주 역), 데릭 제이코비(그라쿠스 의원 역)) 등 전편을 빼닮은 모습으로 관객의 오랜 향수를 일깨운다. 이 중에서도 돌아온 '글래디에이터Ⅱ'의 가장 큰 미덕은 욕나올만큼 나쁜 새로운 악역 마크리누스(덴젤 워싱턴)의 등장이다.



'글래디에이터Ⅱ' 이야기는 1편에서 막시무스(러셀 크로)의 죽음을 지켜봤던 그의 아들 루시우스(폴 메메스칼)로부터 시작한다. 루실라 공주의 아들이기도 한 루시우스는 로마의 왕이자 외삼촌 코모두스(호아킨 피닉스)가 죽으면서 강력한 차기 왕 후보가 되고, 루실라는 세력가들의 위협으로부터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를 멀리 떠나보낸다. 건실한 청년으로 자란 루시우스는 자신을 찾지 않은 어머니에게 절망하고, 로마 장군에게 아내까지 잃어 그 적개심이 더욱 불탄다. 결국 노예 신세가 된 그는 로마에서 더 큰 권력을 손에 넣으려는 야심가 마크리누스를 만난다. 영화는 이 두 인물이 서로를 이용하며 위태로운 동맹을 이어가는 과정의 팽팽한 극적 긴장감을 보여준다.

타락과 음모가 만연한 로마, 그곳에서 각자의 목적과 의도를 가진 인물들의 관계가 얽히며 쫄깃하게 전개되는 '글래디에이터Ⅱ'의 서사는 악인 마크리누스에 의해 가장 극적인 재미를 갖는다.

마크리누스는 본래 루실라 공주의 아버지인 선왕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리처드 해리스)의 노예이자 검투사였다. 날선 감각으로 피비린내 나는 싸움판에서 살아남았고, 영특한 두뇌로 로마 시민의 사랑을 받아 자유인이 됐다. 콜로세움에서 파리 목숨보다 못한 검투사의 참혹한 처지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이지만, 아이러니하게 그는 검투사를 소유하며 돈을 버는 장사치가 됐다.  



마크리누스는 최고의 검투사로 거듭난 루시우스를 등에 업고 싸움에 미친 두 왕의 마음을 얻는다. 그는 오직 쾌락만 좇는 타락한 두 왕에 의해 만연한 부패, 무자비한 폭력, 혼란과 무질서로 가득한 로마 제국의 한가운데에서 자비, 온정, 우정, 사랑 등 모든 양지의 감정을 등진 채 오직 야욕만을 불태운다. 그 과정에서 그가 보여주는 행동은 잔인하다 못해 치가 떨린다. 관객이 "죽일 놈"이라는 적개심을 선명히 갖게 할 정도다.

그리고 이를 연기한 덴젤 워싱턴에게 자연스럽게 이차적 시선이 따른다. 품격있게 욕망하는 덴젤 워싱턴의 모습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근사한 악인을 탄생시킨다. 주인공에게 잔잔히 결을 맞추다가, 극적인 재미가 필요한 때 적소에 실어넣은 비릿한 얼굴은 루시우스뿐만 아니라 관객마저 얼굴 붉히며 분노하게 만든다.

덴젤 워싱턴은 '글래디에이터Ⅱ'로 다시 한번 날을 제대로 간 연기를 보여주며 이름값을 높인다. 그는 흑인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을 동시에 거머쥐었고, 에단 호크, 줄리아 로버츠, 윌 스미스, 라이언 레이놀즈 등의 유명 할리우드 스타들조차 존경해 머지않은 배우들의 배우다. 올해로 일흔 살이 된 그는 흠결이 거의 없는 필모그래피를 쌓아왔고, 자신의 가치를 충분히 입증했다. '글래디에이터Ⅱ'에서 보여준 그의 연기는, 그 입증에 놀라움을 더하며 여전히 최고임을 보여주는 실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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